3월 말 주총 앞두고 임기만료 CEO 다수
셀트리온·삼바·유한은 이미 새 대표 선임
녹십자·종근당 최대 실적에 연임 가능성
코로나 이후 달라진 경영환경 적응 주목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서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3월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많은 제약바이오사 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다수의 기업들이 새로운 수장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 등은 이미 새로운 CEO 교체 준비를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산업 환경에서 새 대표들이 어떻게 적응해나가며 성과를 낼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 명예회장으로 영향력 지속할 듯=우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공언해 왔듯이 지난 해 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셀트리온 그룹은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과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가 이끌게 된다. 다만 서 회장은 그룹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 아닌 명예회장으로 경영에 어느 정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 명예회장은 최근 “3월에 주주총회에서 정식 은퇴를 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해서는 은퇴 후에도 조금 관여를 하게 될 것 같다”며 “이밖에 그룹에 큰 문제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 정도는 담당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 명예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기 부회장과 김 대표는 모두 셀트리온 창립부터 함께 해 온 원년 멤버들이어서 서 명예회장과 사업·경영 스타일 등 지향점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 부사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더라도 그의 영향력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한맨’ 이정희 임기 6년 채우고 물러나…삼바, 제2기 체제로=이정희 유한양행 사장도 임기를 마치고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끝으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 지난 1987년 입사해 줄곧 ‘유한맨’으로 살아 온 이 사장은 평사원 출신으로 지난 2012년 부사장에 오른 뒤 2015년 대표이사직에 올라 한 번의 연임을 통해 총 6년 동안 유한양행을 이끌었다.
이 사장이 이끄는 동안 유한은 높은 성장을 이뤄냈다. 유한의 지난 해 매출은 1조6199억원에 영업이익 843억원을 기록하며 이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4년보다 2배 넘는 성장을 실현했다. 특히 유한은 그동안 꾸준히 투자해 온 신약 연구개발(R&D)에서 성과를 내면서 지난 해 얀센과 베링거인겔하임 등에 기술이전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기술료 1500여억원을 수령하기도 했다.
실제 이 사장이 취임하기 전 연구개발 투자비는 57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해는 2220억원을 투자하며 6년 만에 4배 가량을 확대했다. 이에 올해 초 유한은 국내 32번째 신약인 폐암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출시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창립부터 조직을 이끈 김태한 사장이 9년 만에 물러났다. 그리고 3공장 운영을 총괄했던 존림 부사장이 지난 해 말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바의 제2기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기업을 이끌어 온 수장들이 그동안 추진했던 프로젝트와 과제들을 무사히 마치면서 새로운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물러나기로 확정된 세 대표의 경우 조직을 잘 이끌며 대내외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놨기에 박수를 받으며 떠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성과 낸 CEO들 연임 예상…급변한 환경 위한 교체 가능성도=이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CEO 교체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녹십자홀딩스의 허일섭 회장과 허용준 사장, 종근당의 김영주 사장, 대웅제약의 전승호·윤재춘 사장, 동아에스티의 엄대식 회장,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우석 사장, 일동홀딩스의 이정치 회장, JW홀딩스의 한성권 사장 등이다.
이 중 코오롱생명과학의 이우석 사장은 교체가 될 확률이 높다. 원료 세포가 뒤바뀌어 식약처로부터 허가가 취소된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로 이 사장은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 사장이 계속 조직을 이끌기는 무리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다른 CEO들은 교체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녹십자와 종근당의 경우 지난 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등은 지난 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대표들이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며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쪽은 사업 자체가 장기간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CEO의 임기도 다른 산업군에 비해 긴 편”이라며 “큰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대표들은 맡은 임기를 충실히 수행하며 자신만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규모 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지난 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외 경영 환경이 이전과는 크게 바뀌었다. 대면 영업이 제한되고 비대면 마케팅 등이 활성화되면서 기존 영업·마케팅 방식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사업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텐데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CEO들이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디지털 중심의 비대면 영업 등에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젊은 세대 CEO들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