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0개월 앞두고 법률해석 애매모호

기업들 중대산재 정의·책임자 범위 혼선

경총, 혼란 최소화위해 가이드라인 요구

안전사고 예방 정부 시설투자·지원 절실

중대재해법 시행 10개월을 앞두고 기업들은 면책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
중대재해법 시행 10개월을 앞두고 기업들은 면책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연합]

#. ‘중대산업재해’의 정의와 적용 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요. 사업장 내에서 눈길에 이동하다 넘어져서 사망한 경우에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되나요.

#.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책임’의 범위는 어떻게 되나요. 하청이 직접 선정하여 운영되는 사업장, 단순 납품 등을 위한 방문 협력사에도 원청의 관리 책임이 있나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10개월 남은 가운데 기업들은 여전히 법률해석에 대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여개 수요 조사 대상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모든 조문의 적용 대상과 범위가 모호하고 불명확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대산업재해의 정의와 구체적인 적용 범위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의 정의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사고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념상 업무상재해(근로복지공단 산재인정)로 인정된 사내 교통사고, 출퇴근 중 사고 등 사업주의 지휘·통제를 벗어난 사고까지 중대산업재해로 간주될 수 있다. 만일 이런 사고에 대한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 여부에 따라 1년 이상 징역의 형사처벌을 받게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은 교통사고의 경우는 대부분 근로자 개인의 과실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사고까지 조사를 하고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경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는 중대산업재해 대상과 비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법률 해설서나 지침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총 관계자는 “실제 기업들은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등 작업과 관련 없는 재해도 중대산업재해에 해당되는지 등의 질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경영책임자의 정의와 조치의무 범위에 대해서도 불명확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사람(부사장, 공장장, 현장소장 등)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현행 산안법상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사업대표 또는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담당자)가 동일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법률상 문언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책임자의 조치 의무 범위와 관련, 전국에 산재한 주유소, 프랜차이즈 사업장, 택배회사 대리점 등도 해당 되는지 또는 사업장에서 필요한 장비·설비 등 제작을 위해 계약한 외부 업체도 해당되는지도 현장에서 명확한 정의를 내려 달라는 게 재계의 의견이다.

안전 보건 책임자의 처벌 규정을 ‘1년 이상의 징역 하한형 → 7년 이하 상한형’으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망자 범위를 ‘1명 → 1년 이내 2명’으로 수정을 건의했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에 대한 의미가 불명확하여 예측가능성이 떨어져 별도 지침을 통해 명확한 규정을 요구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종합해 경총은 정부의 처벌정책보다 안전사고 사전예방을 위해 ▷정부-산업계 간 소통채널 확대, ▷안전·보건 관련 시설 투자 지원, ▷ 중대재해처벌법 보험제도 신설 등을 건의했다.

또 법 시행 전에 과도한 처벌 기준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보완 입법 추진의 필요성을 정부에 전달했다.

경총 임우택 산업안전본부장은 “내년 법률시행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하고 포괄적인 규정들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구체성이 확보되어야만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줄이고 궁극적인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