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LG전자 롤러블폰 안 나온다? 우리(OPPO)가 먼저!”
LG전자의 롤러블폰 출시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보란듯이 롤러블폰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컨셉폰인 ‘오포X2021’을 깜짝 공개하며 주목을 받아 ‘김 빼기’ 논란이 일었던 상황. 경쟁사인 LG전자가 포기한 사이 롤러블폰 혁신 이미지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조만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할 전망이다.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큰 폭의 사업 축소 및 인력 재배치를 통한 점진적 철수가 유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업 철수로 가닥이 잡히며 롤러블폰 출시도 포기했다”면서 “롤러블폰이 첫 공개된 이후 새로운 폼팩터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시장성에 한계가 있다. LG폰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공개 이후 잠잠했던 ‘오포X2021’은 새로운 영상이 이달 들어 연달아 올라오고 있다. 프랑스, 독일,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의 IT유튜버들이 중심이 됐다. 기기가 실제로 구동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준 뒤, 롤러블폰을 가능하게 한 오포의 ‘롤 모터’ 기술을 설명하는 식이다. 지원 이동통신, 카메라 화소수, 배터리 등 자세한 스펙은 알 수 없다.
오포의 기술력을 선보이는 공식 행사에서도 등장했다. 지난 22일 ‘상하이 MWC 2021’에서 무선 충전 기술을 소개하면서다. 오포는 패드 위에서 스마트폰을 들어올려도 허공에서 충전이 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시연하는 제품이 바로 롤러블폰 ‘오포X2021’이었다. 최근에 출시한 신제품이 아닌, 시제품에 불과한 롤러블폰으로 신기술을 소개한 점이 눈에 띈다.
오포X2021은 6.7인치에서 7.4인치로 확장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도 알려져있지 않다. 이때문에 상용화 시점은 빨라도 내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동영상과 뉴스 등 콘텐츠 이용, 화면 분할, 설정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외부 공개가 잦아지면서 상용화 시점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온다.
오포는 주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을 판매해왔다. 롤러블폰과 같은 혁신 스마트폰 선점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 여파로 주춤하는 틈을 타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외신은 오포가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오포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8%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5위를 차지했다. 삼성(19%), 애플(15%), 화웨이(14%), 샤오미(11%)의 뒤를 이었다. LG전자의 점유율은 2%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