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5→갤노트7, 번호 건너뛴 노트7 ‘배터리 발화’ 로 망해
갤S10서 갤S20으로 건너뛴 갤S20도 ‘코로나19’ 로 불운의 실패작 위기
‘번호 징크스’ 갤럭시…오는 8월 출시될 갤노트20에 ‘주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갤럭시노트20, 너도 지금 떨고 있니?’
IT업계에서 요즘 악몽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다. 삼성전자의 ‘넘버링 징크스’다. 삼성의 대표 스마트폰이 넘버링을 건너뛸 때마다 악재를 만나 ‘망한다’는, 웃지 못할 속설이다. 비운의 ‘갤럭시노트7’이 그랬고, 올해 전략제품 ‘갤럭시S20’도 ‘불운의 실패작’이 될 위기다.
‘노트5’에서 S 시리즈와 넘버링을 맞추기 위해 ‘노트6’ 없이 건너뛴 ‘노트7’. 시장에 출시하자마자 ‘배터리 발화’ 사태로 빛도 못 보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역대 최악의 스마트폰’이라는 오명을 썼다.
“2020년을 새로운 10년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갤S10에서 건너뛴 갤S20.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역대급 실패작’이란 오명을 쓸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전략제품으로 상반기에는 ‘S’ 시리즈, 하반기에는 ‘노트’ 시리즈를 시장에 내놓았다. S 시리즈가 ‘갤럭시S’부터 S20까지 총 11개. 노트 시리즈가 노트10까지 총 9개 모델이 출시됐다. 각각 중간에 한 차례씩 번호를 건너뛰었다. 공교롭게도 그때마다 사고가 터졌다.
5에서 7으로 건너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로 최악의 스마트폰 오명
넘버링 징크스의 시작은 노트7이 출시되던 지난 2016년. 원래 순서였다면 노트5의 후속 기종으로 노트6가 출시돼야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노트6를 노트7이라 명명했다. 노트 시리즈가 처음으로 출시된 시기는 2011년. 주력 스마트폰인 S 시리즈(2010년)보다 출시 시점이 한 해 늦다. 번호가 달라 헷갈리는 고객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노트7은 그해 8월 19일 정식 출시됐다. 삼성전자 최초의 홍채 인식 스마트폰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5개월 앞서 출시된 S7이 대박을 쳤다는 점에서 노트7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았다. S7은 역대 S 시리즈 가운데 두 번째로 판매량(5200만대 이상)이 많은 스마트폰이다. 출시 첫해에만 4850만대가 판매됐다.
문제가 터진 건 정식 출시 불과 닷새가 지난 시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배터리 폭발 사고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삼성전자가 피해 보상 등을 약속하며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지만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폭발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연이어 국내외에서 배터리 폭발 사고가 보고되며 삼성전자는 출시 13일 만인 9월 2일 노트7에 대한 리콜을 전격 발표했다.
그해 3분기 IM부문(스마트폰)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로 추락했다. 역대 최악이다. 발화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23.6%에서 17.7%(2016년 4분기)로 곤두박질쳤다. 애플에 ‘세계 판매량 1위’ 타이틀도 내줬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선두자리를 빼앗긴 건 2012년 1분기 이후 5년 만이었다.
10에서 20으로 건너뛴 갤럭시S20, ‘코로나19’ 직격탄…‘역대급 실패작’ 위기
삼성전자는 ‘S11’ 대신 S20으로 ‘퀀텀 점프’했다. 노트7에 이은 두 번째 ‘번호 점프’다. 코로나19 사태와 보조금 축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애초 4000만대까지 전망됐던 S20의 판매량은 올해 2000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역대 S 시리즈가 출시 첫해에 3500만대가량 판매되는 것을 상기한다면 최악의 성적이다. 전작인 S10도 출시 첫해 3600만대가 팔렸다. S7은 약 4850만대, S8 3800만대, S9 3200만대가 각각 팔렸다. 스마트폰 보급 초기에 출시됐던 ‘S’(2년간 2400만대)·‘S2’(1년1개월 만에 2800만대) 이후 역대 최악의 판매량이다. S와 S2는 스마트폰시장을 연 제품이다. 이들 제품과 판매량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갤럭시S20의 참패는 삼성으로서는 뼈 아프다. 올해 삼성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갤럭시S20의 부진으로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3년 만에 삼성 스마트폰이 최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에서 20으로 건너뛰는 갤럭시노트20도 불안하다?
이제 주목할 건 오는 8월께 출시될 노트20의 흥행 여부다. S10이 S20으로 10계단 건너뛴 만큼 노트도 10에서 올해 노트20으로 출시된다. 이번엔 ‘넘버링 징크스’를 피해갈 수 있을까.
노트20 역시 가시밭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이 애초 예상보다도 25%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노트20이 출시되는 하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수요도 중저가폰으로 쏠렸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기술력도 삼성을 거의 따라잡았다. 고가의 노트20의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을 통한 정면돌파밖에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