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제시 베링은 10대부터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북부 뉴욕주 집 뒤 작은 숲길에 개와 함께 아침산책을 갈 때마다 당당히 서 있는 참나무에 마음이 끌리고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 충동에 시달린 그가 직접 써낸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는 솔직한 고백과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으로 촉발된 죽음에 관한 지적 탐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저자는 성공한 심리학자로 유명인사가 됐지만 “뇌속에 잿빛 보슬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고통에서 벗어나 삶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내내 자신을 괴롭혔다고 고백한다. 10대엔 성적 지향이, 학문적 성취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커리어를 완성했던 30대 중반엔 번아웃에 따른 교수직에서의 실직이 그를 숲으로 이끌었다. 그는 하루아침의 추락에 엄청난 굴육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가 집요한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죽고 싶다는 생각을 집중 분석하기로 한 지적 호기심 덕분이었다.
생명을 보존하고 전하는데 이기적 존재인 인간에게 왜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다른 동물에게도 자살 충동이 있을까? 자살은 나의 욕망일까? 진화적 선택일까? 등 그는 인간을 괴롭히는 끈질긴 정신의 어둠을 파헤쳐 나간다.
저자는 자살만이 최선의 선택으로 보일 때 마음이 저지르는 미묘한 속임수들이 분명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완벽주의, 높은 수치심, 자책, 충동, 예민함과 같은 자살성향도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살이 진화론적 선택이라는 주장이다. 즉 자살 시도는 자살 시도자의 행복에 유전적으로 관련된 이들의 완고한 의사를 바꿀 지렛대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 행동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피해자의 신경 심리, 심리,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상황의 대대적인 개선, 사회적 파트너들의 태도와 행동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 자살 충동에 대처하는 방법도 일러준다. 스스로를 독자나 관객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인생이란 극에 휘말리지 않고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살이 막연한 지옥상태가 아닌, 편향된 인식과 완고한 감정의 조합이라는 관점은 그때도 지금도 내 외로움을 덜어준다”며, 저자는 감정에서 한 발짝만 물러난 관점, 가장 강렬한 충동의 시간 24시간을 견디면 평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살률 1위 한국, 전세계적으로는 연간 백만명이 자살하고 그 몇 배가 자살 시도를 하는 시대에 저자의 처절한 고백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 입니다/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더퀘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