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람들(박솔뫼 지음, 창비)=부유하는 삶을 예민하게 포착해온 작가 박솔뫼의 네 번째 소설집.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여덟 편의 작품을 엮은 소설집은 누구나 경험하되 굳이 되새기지 않는 시간과 의식의 틈으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 표제작 ‘우리의 사람들’의 화자는 실제로 일어나진 않았지만 어쩌면 벌어질 수 있는, 또는 불가능하지만 어떤 형태로는 가능할 수도 있는 삶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그려간다. 화자는 친구들이 가기로 했던 숲에 가지 않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로 숲에 간 친구들을 상상해본다. 상상 안에서 숲에 간 어떤 사람들은 계속 걷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지금 온양온천에 누워 새해를 맞는 화자 역시 부산 용두산 공원을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삶을 산다. 그런 가능태들에 대한 가벼운 긍정과 믿음은 소설집 전반에 이어진다. ‘건널목의 말’의 나는 생활을 위해 말을 하고 서울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말과 추위를 힘들어한다. 이런 나는 말을 묻는 상상을 하게 되는데, 삽을 들고 땅을 파서 말을 묻으면 말들도 흩어질 것이고 추위도 달아날 것이라고 믿는다.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는 꿈속에서 여러번 등장한 말 ‘스기마쓰 성서’에 사로잡혀 꿈쏙 장소를 직접 찾아나서는 이야기. 작가는 상상 속 인물과 현재의 인물을 오가며, 실재의 경계를 밀고 간다.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사회비판과대안 엮음,사월의책)=근대의 공통된 특징으로 흔히 주체로서 개인의 자각, 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태동을 든다. 그러나 이를 해석하는 데는 학자들마다 차이가 있다. 이 책은 홉스를 비롯, 로크, 스미스, 루소 칸트 ,헤겔, 마르크스 등 10명의 철학자들이 근대를 어떻게 사유하고 해석했는지 살핌으로써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큰 그림을 보여준다. 저자는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이란 자연상태의 인간이 야만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권리를 공동의 권력인 리바이어던(국가)에 양도하는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홉스를 사회정치사상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존 로크는 자유주의 전통의 사상적 선조들 중 하나로 거론되지만 자본주의적 인간과 사회의 출현을 정당화하는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책은 로크의 정치이론이 특정 계급을 넘어보편적인 이론적 대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경제활동의 자유가 인간의 도덕성에 기초한 정의 실현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본 애덤 스미스, 공동체 성원들 간의 평등한 소통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정치개념이랄 ‘공통감’을 제시한 칸트, 개인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있어 필요한 사회적인 조건들은 무엇인지 살핀 존 스튜어트 밀 등을 통해 현대 사회 문제를 비춰볼 수 있다. 이행남 서울대 교수 등 1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했다.
▶오늘부터 줄이기로 했다(김진영 지음, 민리)=책 ‘오늘부터 걷기’로 걷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준 김진영 에코이비인후과 원장이 이번엔 다운사이징에 나섰다. 최근 환경 화두인 플라스틱 , 음식, 약, 지출은 물론 사교육, 부동산 투자, 나쁜습관, 스트레스, 불안감 등 생활전반의 슬림화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현재를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고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하나하나 줄여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나간다. 가령 많이 먹는 데 따른 각종 질환을 설명하며, 체중 관리를 하려면 먹는 습관을 바꾸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음식의 양을 처음부터 줄이긴 힘들기 때문에 오이나 토마토 같은 칼로리가 낮은 채소나 과일을 수시로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또한 저탄고지 식사법의 함정을 일러주는데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지방은 많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좋은 지방만 따로 먹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열량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된다. 아이 넷인 아빠의 플라스틱 줄이기는 환자를 진료할 때 최대한 약물과 주사기의 사용을 줄이는 쪽으로 실천하고 있다. 가계 지출 중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를 줄이는 방법도 들려준다. 마음을 먹어도 생활 속에서 줄이기 실천을 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저자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바꾸기를 시도하라며, 시작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 식욕처럼 매일 일어나는 욕구부터 줄이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조금씩 연습하다 보면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