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조, 26일까지 갑질 대책 요구
일부 아파트만 갑질 해결 움직임…대부분 무대응
“‘갑질 아파트’ 배달 거부 불가능…플랫폼 나서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30대 배달 기사 A 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음식 배달을 갔다가 로비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비에게 제지를 당했다. 그 자리에서 “배달 기사는 구석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배달 노동자를 무시하는 ‘갑질 아파트’를 고발하는 뉴스가 잇따라 보도됐음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아파트의 태도가 씁쓸하게 느껴졌다. A 씨는 “콜을 받지 않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배달을 간다”며 “갑질 아파트 배달 거부가 가능하도록 플랫폼 등에서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달 갑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일부 아파트가 개별적으로 개선 의지를 밝히기는 했으나, 갑질을 구조적으로 방지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배달노조)는 배달 플랫폼사와 갑질 아파트·빌딩에 오는 26일까지 갑질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최근 발송했다.
이들이 문제삼은 갑질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아파트 시설 이용 배제·구별(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 일반 엘리베이터 이용 배제 등)과 과도한 신분 확인 등에 의한 불리한 대우(신분증 강제 취합, 헬멧 착용 금지 등)다.
앞서 배달노조는 지난 2일 갑질 아파트 76곳과 갑질 빌딩 7곳의 명단을 공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또 다른 배달 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지난 1일 갑질 아파트 103곳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배달노조 관계자는 “문제 제기 이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택 단지가 단지 내 오토바이 출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며 “아직은 일부 소수의 아파트만 문제 해결에 협조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와 배달 기사 사이를 조율해야 할 배달 대행 플랫폼사다. 일부 플랫폼사는 갑질 아파트 명단을 요구하는 등 이번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 기사들은 갑질 아파트 배달을 거부했다가 페널티를 부여받을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지속하는 만큼, 플랫폼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 기사는 “플랫폼사가 자동 배차 등으로 인한 갑질 노출 구조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갑질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나서 플랫폼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개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플랫폼사와 지점, 배달 기사 사이에 거래 실태를 살펴보고 배달 기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1분기 안에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입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넓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179만명이며,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22만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