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은폐 의혹 경사…특수직무유기로 입건

‘검경수사권 조정 규정’ 따라 “수사기관 출석으로도 입건”

향후 이용구 폭행 당시 지휘라인 역시 입건될 듯

일선 경찰관 “경사 책임지면, 윗선 역시 상응한 책임져야”

‘이용구 진상조사단’, 서장·과장도 출석 요청할 듯…지휘라인 정조준?[촉!]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이 블랙박스 영상을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는 수사관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가운데, 향후 수사가 본격화되면 지휘 라인이었던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의 서장과 형사과장 역시 입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규정 변경으로 인해, 지휘 라인은 조사단 수사 기능 출석만으로도 입건이 가능하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달 초 조사단은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영상이 담긴 블랙박스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A경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차관이 택시 운전사의 멱살을 잡은 행동이 특가법상 운행 중 운전자에 대한 폭행에 해당할 수 있는 데도, A경사가 특가법보다 형이 더 가벼운 일반 형법을 적용했다는 이유에서다. A경사처럼 범죄 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알고도, 직무를 유기하면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받게 된다. 특수직무유기 혐의 외에 현재까지 A경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경사가 입건되면서, 지휘 라인인 서초서의 서장과 형사과장 역시 조만간 입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수사 기능에 출석하는 자들은 모두 입건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인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16조에 따르면 피혐의자(내사 조사를 받는 당사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즉시 입건하도록 하고 있다. 피혐의자 신분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신설된 규정이다.

기존에는 경찰에서 내사를 받을 경우 범죄 혐의가 분명해야 입건이 될 수 있었고, 입건이 돼야 피혐의자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사 관련 출석만으로도 입건과 동시에 피의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조사단 내 ‘수사 기능’ 측 조사에는 A경사만 출석한 상태다. 그래서 A경사만 입건됐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지휘 라인에 있는 서초서 서장과 형사과장은 아직 수사 기능 측에 출석하지 않은 상태로, 최근까지 ‘청문 기능’ 측 조사에만 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까지 조사단이 이 차관 폭행 사건과 관련해 수사·교통 등 기능을 통틀어 42명을 조사하는 것 역시 청문 기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태다. 조사단은 사건과 관련된 핵심 관계자들을 향후 청문 기능이 아닌 수사 기능에서도 더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관들은 조사단의 지휘 라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은 “실무자인 경사가 사건에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져야 하지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수사가 끝나선 안 될 것”이라며 “추후 보고 라인에 있는 지휘부 역시 입건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경찰 내·외부에서 모두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6일 당시 한 로펌의 변호사였던 이 차관은 서울 서초구의 자신이 사는 아파트 인근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해 논란이 됐다. 당시 이 차관이 택시 기사의 멱살을 잡았다는 취지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고, 해당 택시 기사의 처벌불원서를 접수한 경찰은 이 차관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경찰은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담당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목격하고도 안 본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는 택시 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조사단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용구 진상조사단’, 서장·과장도 출석 요청할 듯…지휘라인 정조준?[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