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최종 결정 계기로 협상 테이블 마련할 듯

'수입금지' 직면 SK, 조기해제 위해 합의 필수

총리 공개질타·고객사 우려…합의 지연 부담

설 연휴 후 논의 물꼬… 총수 등판 가능성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김현일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0일(현지시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LG의 승리로 일단락되면서 이제 양사의 합의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단까지 받은 만큼 양사가 이를 계기로 비로소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LG로선 이날 승소로 이전보다 더욱 유리한 위치에서 SK와의 합의금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됐다.

SK는 향후 10년 간 미국 내 배터리 부품·소재를 수입할 길이 막혀 이를 조기에 해제하기 위해서라도 합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날 ITC는 SK와 납품 계약을 맺은 기아와 폭스바겐, 포드 일부 차종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배터리 공급을 허용했다.

쟁점은 합의금 규모다. 앞서 LG와 SK는 대표이사(CEO) 회동 등을 통해 합의점 찾기에 나섰지만 합의금 액수를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 22개월 간 장외공방을 벌여왔다.

재계에 따르면 LG는 적정 합의금으로 2조~2조8000억원을, SK는 6000억원 수준을 제시해 1조원 넘게 차이를 보였다. 양사가 막판 합의를 중단하고, ‘ITC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전략을 고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TC가 사실상 LG의 손을 들어주면서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도 LG로 무게추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 SK의 영업비밀 침해 수준과 SK가 미국 현지에서 수주한 배터리 규모 그리고 LG의 2년간 변호사 비용(약 4000억원 추산) 등을 산정해 최종 합의금이 결정된다.

협상은 설 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양사 실무진과 법률 대리인들이 합의 논의에 물꼬를 트고, 이후 대표이사가 나서 최종 합의안을 확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공식 취임하는 3월 말 이전에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종결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ITC의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항소 제기와 지방법원 민사소송 등으로 법적 분쟁을 이어갈 여지는 아직 남아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들의 우려를 고려할 때 더 이상 합의를 미루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양사에 공개적으로 합의를 촉구한 것도 부담이다. LG와 SK는 이러한 대내외 우려를 의식해 지난 달 콘퍼런스 콜에서 ‘ITC 결정 후 합의’를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