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입안절차 무시…과도한 행위”
市도시계획국-도시교통실 ‘알력’
감사원 ‘市 상대 감사’ 여부 주목
법제처 유권해석 등 공방전 예고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하림 부지(옛 한국화물터미널 부지)를 둘러싼 개발 논의가 서울시 도시계획국과 하림-서초구 간에 난타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향후 감사원의 서울시를 상대로 한 감사 개시 여부, 법제처의 유권해석 등에 따라 이해관계자들간에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1월 28일자 “서울시, 양재 물류단지 고의 지연 말라” 하림 주주들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 관련 기사 참조〉
▶서초구 가세 “서울시의 과도한 재량권 남용, 유감”=이 부지가 속한 서초구는 4일 서울시의 ‘양재택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 변경 결정안 열람공고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해당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입안권을 무력화한 행위”라며 “서초구에서 진행 중인 입안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서울시의 일방적 의견을 지구단위계획(안)에 담으려는 과도한 재량권 남용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양재 R&D 지구 전체 300만㎡ 가운데 하림부지를 포함해 유통업무시설 14곳(41만여㎡)만 도려내 ‘특별계획구역’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열람공고했다.
이보다 앞서 2016년 양재 R&D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 지난해 10월 지구단위계획 열람공고는 모두 입안권자인 서초구가 주도했다. 구는 양재 나들목(IC) 일대 상습교통 정체구간 해소를 위한 교통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교통영향평가 심의 준비 등 입안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서울시가 돌출행동을 한 것이다.
서초구는 시 열람공고(안) 중 하림 부지와 관련해 “허용용적률을 400% 이내로 수립,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추진시에도 특별계획구역 관리방향과의 정합성 유지라는 개발방향을 수립해 결국 허용용적률을 400%로 제한하는 등 국가 및 상위계획을 무시하고 기존 수립한 시 정책방향을 불과 6개월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린 일관성 없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6월 말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이하 도첨단지) 복합개발 방안’이 고 박원순 시장의 방침으로 결정됐음을 상기시킨 것이다.
구는 “전임시장의 유지를 받든다면서 이견이 많은 광화문광장 공사는 강행하면서 같은 전임시장이 결정한 도첨단지 조성 계획은 왜 무효화 시키는 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서울시의 독단적인 입안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의견을 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도시계획국-도시교통실 ‘알력’…공은 법제처로=전날 시 도시계획국은 긴급브리핑을 열어 “ ‘용적률 800%’는 역대 서울시 최대 개발 규모로, 그대로 추진 시 극심한 부작용과 특혜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가 주무부처인 도시교통실 택시물류과에 보낸 의견 회신 내용을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림이 지난해 8월 제출한 투자의향서(초안) 중 일부일 뿐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며, 이 안을 두고 협의는 시작 조차 되지 못했으므로 도시계획국의 ‘용적률 800%’를 부각시키는 설명은 논점을 흐리는 ‘물타기’다.
관건은 지난해 6월 시장방침이 정한대로 양재 도첨단지 개발방안을 ‘물류시설법 및 산단절차간소화법’에 따라 통합물류단지계획심의위원회 심의를 받을 때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것으로 의제처리(통합심의)한 것으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다.
법 상 통합물류단지계획심의위에서 한꺼번에 처리한 것으로 보는 위원회는 모두 8개로 지정 나열돼 있으며, 이 중 도시계획위원회는 포함됐지만 건축위원회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시는 도시계획위와 건축위를 합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택시물류과는 지난해 11월 서울시 감사과에 사전컨설팅을 의뢰했으며, 당시 감사과는 국토부에 질의를 통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가 필요치 않다는 의견을 줬다. 이후 시설계획과는 법제처에 질의했으며, 국토부 산업입지조성과로부터 “(산단 심의가)국토계획법 30조 3항에 따른 건축위와 도시계획위 공동 심의는 거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러자 이번엔 택시물류과가 지난달 6일 재차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물었다. 법제처 답변은 2~3개월 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법제처 해석에 따라 도시교통실과 도시계획국간에 명암이 갈리게 된다.
서울시가 서초구청장에게 위임한 입안사무의 처리를 취소하거나 정지하지 않은 채 앞서 지구단위계획 변경 열람을 공고한 것도 향후 법적 다툼을 부를 수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자치구를 배제하고 이렇게 독단적으로 지구단위계획을 열람공고한 건 서울시 전체로도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림 측이 이번 변경안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 지점이다.
한지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