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Y 판매가격 인하 발표

현대차·기아·폭스바겐 등

경쟁자 맹추격에 위기의식

전세계 전기차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Tesla) 왕국’이 올해를 기점으로 서서히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용 플랫폼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에 나서고 있고 배터리 가격 하락과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모델 Y’의 판매 가격을 3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업체인 니오(NIO)의 ‘ES6’·‘ES8’보다 낮고 리샹오토(Li Auto)의 ‘ONE’와 비슷한 수준이다. ▶관련기사 3·16면

업계는 테슬라의 달라진 가격 정책을 경쟁자를 의식한 행보로 분석한다. 전기차 중심의 독보적인 라인업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름잡았던 과거의 전략으로는 독점적인 지위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10월 가격 인하를 단행한 ‘모델 3’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테슬라가 해당 모델의 가격을 약 8% 인하한 이후 11월 주문량은 연중 최고치인 2만1604대로 치솟았다. 10월 대비 77.9% 증가한 규모다.

테슬라의 전기차 생산공장 확대 계획에 따른 판매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테슬라는 향후 2~3년 내 배터리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20~30% 수준의 원가 절감만 달성해도 판매 모델의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원가 절감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이는 조만간 출시하는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의 확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 경쟁자들이 경제성과 상품성을 빠르게 확보할수록 테슬라의 시장 침투율이 낮아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를 위협할 완성차 업체로는 현대차와 기아, 폭스바겐이 꼽힌다. 올해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라인업을 확보하고, 대량 생산 체제에 들어간다. 내연기관으로 쌓은 브랜드 충성도가 이들의 무기다.

현대차와 기아는 ‘E-GMP’를 채택한 ‘아이오닉 5’를 3월 유럽시장에 출시한다. 향후 5년간 20개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폭스바겐은 2023년까지 전기차 150만대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테슬라를 추격 중이다.

아울러 FCA(피아트크라이슬러)와 PSA(푸조·시트로엥) 합병으로 세워진 스텔란티스는 오는 2025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구성할 예정이다. 볼보는 2025년 라인업의 절반을, 토요타는 2030년까지 5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실질적인 격전지는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EV세일즈와 워즈 오토(Wards Auto)가 전망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연평균 성장률은 28%로 미국(35%)보다 낮지만, 오는 2023년 244만9000대의 판매량으로 유럽(241만대)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시기 전기차 비중은 전 세계 기준 38%로 미국(13%)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친환경차 우호 정책의 강화되고 상품성이 강화된 전기차 모델이 늘면서 테슬라가 독주하던 시장 체제도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며 “400만대를 웃도는 전기차 판매가 예상되는 올해가 변곡점”이라고 내다봤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