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이 급했던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江澤民) 주석 때 중국 경제철학은 ‘선부론(先富論·일단 돈을 벌고 보자)’이 지배했다. 압축성장 후유증으로 양극화가 심화되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같이 잘살아야 한다’는 ‘공동부유(共同富裕)’ 화두를 제시한다 이 철학은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이어받았다. 지난해 말 중국 정부를 비판한 이후 잠적했던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는 지난 달 한 행사장에 나타나 ‘공동부유’를 강조하는 연설을 했다. 마윈 잠적 기간에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에 대한 초강력 규제책을 내놨고, 지배구조도 반강제로 개편했다. 제대로 낭패를 본 마윈이 앞으로는 정부에 맞서지 않겠다는 공개적 다짐을 가장 공산당다운 경제철학인 ‘공동부유’로 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에서 필요한 돈을 정상적으로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강제로 거두는 세금과 시장에서 빌리는 국채다. 세금의 원칙은 조세법률주의다. 과세대상·과세표준·납세의무자 등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대한 구체적 사항을 법률로 정해 행정부가 임의로 국민의 재산권을 훼손할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채 신규 발행도 남발을 막기 위해 국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증세 저항과 나랏빚 걱정을 모두 피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이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다. 좋은 일에 쓴다는 명분으로 기업들에 ‘자발적’ 기부를 권하는 방법이다. 권유를 당하는 쪽에서 보자면 ‘사이비 세금’이다. 세금이 아니라면 안 내도 그만인데, 진짜 안 내면 비난을 듣거나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다. 여러 정부에서 이런저런 이름을 거친 ‘사이비 세금’은 이번에 이익공유제 간판을 달았다. 과거와 달리 정부가 아닌 정치권이 앞장섰다. 현재 여당은는 단독으로 세법을 바꾸고 국채발행도 늘릴 수 있는데 굳이 우회로를 택했다. 내년 대선 때문일까? 과거 기업들에 정치자금 받아 표를 사려던 수법이, 이젠 기업 돈으로 ‘환심’을 사려는 방식으로 진화한 듯하다.
이익공유제의 명분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코로나19로 돈을 더 번 기업들이 나서라’다. 코로나19로 돈벌이를 했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그냥 돈 많으니 내라고 한다면 취지에 어긋난다. 일례로 코로나19 이후 순이익이 줄어든 은행이 왜 돈을 내야 할 중요한 대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은행에 왜 금융위원회가 배당을 자제해 건전성 관리에 힘을 쓰라고 주문했을까? 기부 대상이면 배당 자제는 모순이다. 은행은 지난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건전성이 악화될 잠재적 위험도 상당부분 떠안았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으로 핵심수익원인 대출 영업도 위축되고 있다.
그래도 정치권이 끝까지 이익공유를 주장한다면 합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식회사에서 이사회 등 경영진이 자금을 허투루 집행하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 때마침 곧 정기주주총회 시즌이다. 이참에 ‘이익공유’를 주주총회 안건으로 붙이도록 해보자. 최근 개인들의 주식보유가 늘었고, 전자주총으로 의결권 행사도 쉬워졌다. 정말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권의 취지가 좋다면 배당을 줄이더라도 이익을 공유하자는 주주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