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스마트 디바이스 첫걸음 떼…
자동차 디자이너 모든 논리 벗어야
누구? 어디서?…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해답을 디자인에 담아내기 중요
신차는 무조건 ‘낯선 디자인’? 안좋아
하드웨어보다 경험을 디자인하라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플래폼 ‘E-GMP’에 기반한 아이오닉 5의 데뷔를 앞둔 지금, 현대차 이상엽 현대디자인담당은 디자이너 25년 경력 중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과 설레임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그가 바라보는 전기차의 시대는 자동차 디자이너에겐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이다. 이상엽 담당은 최근 국제자동차페스티벌(FAI)에서 만장일치로 ‘올해의 디자이너’를 수상했다.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카 프로페시 등 미래차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는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생활공간이 될 것이고, 디자이너는 진정성으로 그 공간을 그려내야 한다”고 말했다.전기차, 이젠 생활공간이 되다
이 담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도입되면서 자동차가 스마트 디바이스로 가는 첫 걸음을 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디자이너는 지금까지 자동차를 디자인하던 모든 논리를 벗어던져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800V 충전시스템을 갖춘 ‘E-GMP’ 기반 전기차는 4인 가족이 3일 이상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고 있다.
공간의 크기 자체도 내연기관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아이오닉 5은 거주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가 대형 SUV 수준인 3m에 달한다. 아이오닉 7은 더 커질 예정이다. 하지만 배터리팩을 바닥에 깔았기 때문에 바닥은 평평하다. 그는 “더욱 넓어진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이동 뿐 아니라 집안에서 하던 모든 활동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담당은 “차가 생활공간이 되면 자동차 디자이너는 건축가처럼 이 공간을 어떻게 채울지 더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시트와 콘솔 등 가구를 얼마나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인테리어 부품과 하드웨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 전략을 내놓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용자가 운전 외 다른 활동도 할 수 있도록 아이오닉5의 시트는 완전히 평평하게 눕힐 수 있고 콘솔도 앞뒤로 움직인다.
“고유 스토리로 팬을 만들어라”
이 담당은 “전기차 시대에는 자신만의 스토리 없이 겉모습만 화장으로 고치는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이 테슬라에 열광하는 것도 자율주행에서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스토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가, 어디서부터 왔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디자인에 담아내는 것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오닉 5의 모태가 된 콘셉트 45는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 현대차가 공개했던 포니 쿠페 콘셉트카를 닮은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담당은 “콘셉트 45가 포니를 콘셉트로 한 것은 맞지만 그대로 닮게 만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니에서 받은 도전적인 영감을 어떤 디자인으로 승화해 전기차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담당은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포니 쿠페를 숄더가 없는 모노코크 방식으로 디자인한 점에 착안했다. 그는 “그 디자인은 전기차의 핵심인 공간을 극대화 하는 형태였다”고 강조했다.
이 영감을 반영한 아이오닉 5는 엔진 크기를 감안하지 않아도 되는 전기차의 특성을 반영해 앞뒤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줄였다. 결과적으로 전륜과 후륜구동 차 어디 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비례를 만들어냈다. 램프에는 1980년대 디스코텍에서 영감을 받은 픽셀 디자인을 담았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아날로그 감성을 원하는 MZ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페트병이나 올리브유, 그물로부터 뽑아낸 실로 짠 재활용 소재도 곳곳에 쓰였다. 이 담당은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환경을 지킨다는 신념을 가진 분들인 만큼 그들의 가치를 현실에 구현하면 우리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드웨어보다 경험을 디자인하라”
사람들은 미래 전기차라고 하면 SF 영화에 등장하는 환상적이고 낯선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 담당은 “새로운 전기차 디자인이라고 해서 양산성이 떨어지거나 고객이 선뜻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낯선 디자인은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많은 브랜드들이 버튼을 무분별하게 스크린 안으로 넣거나 세로형 스크린을 도입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안전과 연결된 버튼은 반드시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시야를 전방에서 분산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커지고 증강현실(AR) 기능이 추가될 수 있지만 돌발상황에 지연이 있을 수 있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가 한번에 보여지면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져 위험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내연기관 차량과는 구별되지만 사용은 더 편하고 인위적이거나 위압감을 주지 않는 것이 전기차 디자인의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원호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