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치의 사법화’→이제는 ‘모든 것의 사법화’로
당사자가 해결 구하는 민사·행정사건 10년새 대폭 늘어
하지만 법원 판단 이후 되레 갈등 증폭 양상
주요 사건 판결따라 재판부 물론 사법부 공격 반복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한때 정치 영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법원으로 넘어가면서 ‘정치의 사법화’라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만 요즘에는 정치를 넘어 한국사회 모든 영역의 갈등이 법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현직의 한 부장판사는 “모든 것이 사법화 되지만, 법원의 판단도 모두 불신으로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를 방증하는 것이 사건 접수 통계다. 29일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민사사건과 행정사건 접수 건수 자체가 확연히 늘었다. 민사사건과 행정사건의 경우 각 당사자가 직접 법원에 분쟁 해결을 구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통계다.
민사사건의 경우 2010년 접수 건수가 총 423만6740건이었는데, 이듬해인 2011년 435만1411건, 2012년 440만3094건으로 늘더니 2019년 475만8651건을 기록했다. 9년 사이 접수 건수가 50만건 이상 늘었고,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사건도 마찬가지다. 2010년 접수 건수는 3만7348건이었으나 2014년 4만124건으로 처음 4만건을 넘은 후, 2019년 4만7617건으로 집계됐다. 9년 사이 1만건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법원 판단 후 갈등이 잦아들기는커녕 되레 증폭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치적 사건에서 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판결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 재판부와 사법부 공격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이는 판결에 불복 권한이 있는 당사자가 아닌, 지지자를 자처하는 이들에게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법원 판결이 존중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로 떨어진 신뢰도를 사법부 스스로 관리하지 못했고,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사법개혁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외면한 채 시간만 허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서야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허용하기로 했다며 탄핵 추진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