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담은 법, 연내 통과 무산돼
“조합 설립 앞두고 세입자 쫓아내…빈집 상태로 둔다”
전세난 가중…‘결국 통과 못될 것’ 예상도 나와
“우리 옆집은 빈집입니다. 이 동네는 재건축 예정지로 실거주 2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세입자들이 쫒겨나고 있습니다. 아직 계획은 미정이지만 차익 기대감에 너도나도 세입자들을 내보내고 있죠. 빈집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낡은 집에 실거주 할 생각은 없고 한 집 정도는 빈집인 채로 두어도 살 곳이 있는 여유있는 사람들이죠.”(국토부 여론광장 민원인 권 모씨)
27일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이 주택을 분양받으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를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아직까지 소위 통과를 못한 상태다.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아파트는 2년 실거주를 해야만 입주권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작년 12월 법령 개정 전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는 단지들은 예외로 두자 압구정동, 개포동 일대 재건축 단지들이 2년 실거주 의무 요건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조합설립인가를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상승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서도 법 통과가 미뤄지면서 현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간 눈치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 여론광장에 민원을 올린 권 씨는 “정작 실거주를 목적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빈집 상태로 두는 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재건축 예정 단지들에서 전월세 매물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주택시장 전반적으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실시로 기존 세입자가 더 살기로 하면서 회전율이 낮아졌는데, 여기에 집주인의 2년 실거주 의무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추진위 단계인 대치동 은마 아파트 76㎡(전용)의 경우, 지난해 7월~12월간 전세 거래량이 101건에 머물렀는데, 188건이었던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6%가 감소했다.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 아파트도 지난해 7월~12월간 전세 거래량이 65건에 머물렀는데, 90건이었던 2019년 동기 대비 27%가 감소했다. 최근 조합설립을 마친 강동구 길동 삼익파크맨숀 62㎡도 16건에서 8건으로 50% 줄어들었다.
반면, 법 통과가 안 돼 2년 실거주 의무는 결국 없던 일이 될 것이니 안심하고 세 낀 매물(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투자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마포구 상암동의 A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법)통과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소유자들은 대부분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있고, 저가에 임대를 준 상태인데 그 세입자들 다 내보내면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도시 한복판에 빈집이 늘어나는데 한쪽에서는 용적률을 높여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퇴거한 세입자는 자기가 살던 집에 집주인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임대인과 임차인 이름, 임대차 기간, 보증금, 확정일자 현황 등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이민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