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유산(심윤경 지음, 문학동네)=친일파 윤덕영이 친일로 벌어들인 돈으로 지었다는 ‘한양의 아방궁’, 벽수산장을 모티브로 한 장편소설. ‘설이’이후 2년 만이다. 소설은 작가가 어린시절 할머니와 함께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유럽식 뾰족탑과 흰 톱니 모양 테두리를 두른 창문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사진 속 근대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사진이다. 이 건물은 다름아닌 친일파 윤덕영이 지은 것으로, 해방 후 국유화돼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회, 언커크의 본부로 쓰였던 곳이다. 화재와 도로정비로 1973년 헐린 이 건물은 빠르게 잊혀졌다. 작가는 8년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대저택의 존재와 망각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배경은 해방 후 20년이 지난 1966년.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의 아들 이해동은 유엔 산하 언커크에서 통역비서로 일한다. 사무실이 있는 벽수산장에서 일하며 달러로 월급을 받는 만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이해동 앞에 어느 날 윤덕영의 막내딸 윤원섭이 나타난다. 윤원섭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소한 뒤 국제기구로 쓰이는 벽수산장으로 돌아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의 방을 찾아내며 외교관들에게 자신이 저택의 옛 주인임을 각인시킨다. 이해동에게는 적산이며 윤원섭에게는 유산인 벽수선장을 놓고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삶을 행보를 보인다.
▶히가시카와 스타일(다마무라 마사토시 외 편저, 민성원 옮김, 소화)=홋카이도 한 가운데 있는 인구 8000 명의 마을 히가시카와의 개성있는 자립 공동체 만들기 안내서. 평범한 산간 벽지마을은 20여년 사이, 일본국내외에서 온 이주민 덕에 인구가 14퍼센트 가량 증가했다. 인구가 줄고 작은 마을이 소멸해가는 현실 속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생활 속에서 일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개성적인 상점들이 많이 생겨난 때문이다. 이 작은 마을에는 유일무이한 60여개의 카페와 음식점, 베이커리 상점, 공방들이 있다. 화학재료를 쓰지않는 자연의 재료로 주먹밥을 만들고 텃밭의 재료로맛있는 빵을 만들어 파는 이들은 자신이 먹을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정도의 작은 경제규모로 다양성을 이루고 있다. 이 곳엔 철도, 국도, 상수도가 없다 .나사 하나 구할 수 없을 때가 많지만 이들은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렇게 쓸모없는 걸 덜어냄으로써 제대로된 것만 남게 된다. 이 마을엔 관료적인 공무원도 없다. 주민, 상공회, 농업협동조합 등 다양한 주체가 각각 나름의 역할을 하며 적당한 거리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자연스런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청정지역을 훼손시키지 않고 자신다운 직업을 만들고, 나를 위해 일하며 최고의 품질을 추구하는 게 바로 공동체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가치를 공유한 것이다. 바로 히가시카와 스타일이다. 생활과 일의 균형, 인구절벽을 해결하는 공동체의 지혜를 만날 수 있다.
▶신호와 소음(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퀘스트)=2012년 미국 대선에서 50개 주의 결과를 모두 맞춰 화제가 된 정치 예측 블로그 파이브서티에이트를 운영하는 네이트 실버의 화제작. 뉴욕타임스 1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은 소음으로 가득한 속에서 진짜 신호를 가려내는 예측의 기술을 제시한다. 수많은 예측이 난무하지만 대다수는 사회에 엄청난 비용만 안긴 채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저자에 따르면,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는 데이터의 부족이 아니라 정보의 양이 많아짐에 따라 소음의 양도 많아지는데 이 속에서 쓸모있는 정보를 가려내지 못한 데 있다. 특히 갖고 있는 선입견과 데이터를 겸허하게 수용하지 않는 독단이 문제를 낳는다.저자는 올바로 판단하려면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직감을 믿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데이터를 제대로 읽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 서문에서 코로나 19 팬데믹을 예로 들며, 이탈리아 병원에서 환자들이 넘쳐나고 중국에서 록다운이 내려지는 걸 보고 얼마나 끔찍한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음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지적한다. 매일 시장에서 전쟁을 치르는 기업에게도 예측은 필수적이다. 매출 데이터는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는지 평가하는 자료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무엇에 반응했는지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대세 편승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 지 깊은 성찰을 던진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