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환ㆍ손미정 기자]#직장인 A씨(37). 그는 얼마전 담배를 끊을 요량에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담뱃값이 2000원 오른다는 소식에 10년간의 흡연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던 것. 하지만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전자담배를 물곤 한다. 심지어 출근할 때 버스 정류장에서도 전자담배를 달고 산다. A씨는 “전자담배를 피운지 2개월여가 되었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더 전자담배에 의존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건강에는 덜 해로울 것 같고, 전자담배에 중독이 되더라도 남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 계속 피울 것 같다“고 말했다.
호기심에 혹은 금연결심에 선택한 전자담배가 오히려 흡연율을 부추길 뿐 아니라 심지어 전자담배에 중독이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판매량은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고, 일각에선 심지어 오는 2047년께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 판매량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전자담배에 중독된 사회=직장인 B씨(39)는 5년째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처음에는 담배를 끊을 생각에 전자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의 입에선 전자담배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전에는 니코틴도 적게 넣기도 했지만, 요즘은 니코틴 양도 더 늘렸다. 오히려 전자담배에 중독인 된 셈이다.
금연결심을 돕기 위한 보조제로 나온 전자담배가 오히려 기호(?)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와 SK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4310ℓ에 그쳤던 전자담배 니코틴 용액 판매량이 지난해엔 7220ℓ로 불과 1년여 사이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 이후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젠 식당이나 길거리,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이같은 전자담배에의 중독현상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웰스파고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2000만 달러 규모에 그쳤던 전자담배 시장규모가 지난해엔 17억 달러 규모까지 늘었다. 게다가 오는 2017년에는 그 규모가 100억달러 규모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자담배가 흡연율 더 부추긴다?=금연 보조제인 전자담배가 오히려 흡연율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자담배가 금연에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될 수도 있다는 애기다.
최근 미국 의학협회학술지(JAMA) 소아과학에는 2011년 중고생 1만7353명, 2012년 청소년 2만2529명을 각각 대상으로 전자담배와 알반 흡연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실렸다. 결론은 충격적이게도 전자담배가 흡연율을 떨어뜨리지 못한다는 것.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 담배 흡연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를 피워본 청소년들은 진짜 담배를 호기심 차원을 벗어나 제대로 피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CDC) 최근 보고서를 보면 전자담배 사용 경험이 있는 미국의 6~12학년 학생 중 43.9%가 “앞으로 1년 안에 일반 담배를 피워볼 생각이 있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비흡연 학생 중 ‘1년 안에 보통 담배를 피워보겠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 21.5%보다 크게 높았다.
CDC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자료에서도 일반 담배 대신 전자담배를 먼저 경험한 청소년이 2011년 약 7만9000명에서 지난해에 약 26만300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