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에 밀린 가치주에 기대감
美 등 강력한 경기부양·금리상승
“내년 가치주 20~30% 상승” 전망
기초 원자재·경제3법 수혜주 관심
주주환원정책 등 지주사도 주목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등장에서 성장주의 독주에 소외됐던 가치주가 다시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경기와 금리가 바닥을 찍고 올라가면서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가치주펀드 92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9849억원에 달한다.
연초 이후 가치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2.88%로 부진한 사이에 국내주식형 펀드(28.10%)나 해외주식형 펀드(19.35%)가 상대적으로 선전하자 실망감에 돈을 뺀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표 가치주펀드인 ‘신영마라톤펀드(C형)’는 연초 이후 14.82%의 수익률에 그쳤으며,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C형)’(0.68%), ‘KB밸류포커스펀드(C4)’(4.16%) 등도 부진했다.
FnGuide 대형가치 지수와 대형성장 지수를 보더라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6.49%와 38.33%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NAVER(55.50%), 카카오(143.97%), 셀트리온(99.45%), LG화학(154.49%) 등 성장주들이 급등해서다.
가치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도 올해 포트폴리오 성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종목은 성장주였다. 애플과 아마존이 지난해 말보다 각각 66.75%, 68.65% 폭등한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18.88%), 코카콜라(-3.61%), 아메리칸익스프레스(-3.42%) 등 가치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성장주와 가치주의 성패가 극명하게 갈린 데는 저성장·저금리 탓이 컸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부양책에 따른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 가능성은 향후 경기민감주를 비롯한 가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가치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대표와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에게 조언을 들었다. 허 대표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경기가 안 좋았고, 이로 인해 저금리 정책이 지속되면서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져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주가 크게 올랐었다”며 “최근 경기 사이클이 바닥을 치면서 가치주가 반등하는 모멘텀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도 “최근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다시 0.9%를 넘어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쓰면 금리는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부터 지나치게 저평가됐던 가치주가 20~30% 정도 오르고, 그 중에서도 좋은 성장주와 가치주가 공존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허 대표는 “원칙에 근거한 가치투자 기회는 이번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피해 업종이나 기초 원자재 업종, 공정경제3법 개정 수혜가 집중될 지주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전 대표는 “가치주를 살 때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모델을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일시적인 실적악화나 사람들의 무관심, 편견, 오해, 유행 때문에 소외될 때 사야 한다. 또 지배구조, 기업 투명성, 주주환원정책이 좋아질 기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연·김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