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국회 논의 단 하루
지주사, 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 오르고 과세이연 혜택 사라지고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은 3배 늘어
앞으로 기업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어려워졌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분을 팔거나 내부거래를 줄이는 조치도 불가피해졌다. 기업들은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대폭 수술해야 한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지난 2018년 11월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됐지만 지난달까지 약 2년간 한 번도 상임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일 정부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단 하루, 그것도 반나절 다뤄진 뒤 약 일주일 만에 최종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졸속 입법이었다.
1980년 법 제정 후 40년 만에 처음 시도된 전면개정인 만큼 매 조항이 토론거리지만 심도있는 논의는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 지배구조는 물론 경영 방식에도 대변혁이 불가피하다. 우선 만 1년 후면 기업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정부가 20년 동안 유지해온 지주사 유도 정책을 포기하면서 각종 규제를 쏟아낸 때문이다.
기존에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비상장사 지분 40%를 보유해야 지주회사로 인정받았다. 개정 법률이 적용되는 2022년부터 신규로 전환한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30%, 비상장사 50%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지주사 체제 전환 시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당장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는 중간 지주사로 전환할 SK텔레콤이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 현재 20.1%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지주사만 누릴 수 있었던 과세이연 혜택도 2022년부터 사라진다. 지배주주의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할 때 발생한 양도차익을 무기한 납부 연장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늦어도 7년 안에 세금을 완납해야 한다.
1999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그간 금지됐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허용된 이후 173개의 지주사가 생겼다. 그 중 대기업은 23개다. LG, CJ, GS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이 숫자가 더 늘어나긴 어렵게 됐다.
계열사 지분을 팔거나 내부거래를 줄이는 조치도 해야 한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지분 30% 이상인 기업(상장사 기준)에서 20% 이상으로 확대된다. 손자회사도 포함된다. 현대글로비스, 삼성웰스토리 등 규제 대상 기업이 기존 210개에서 598개로 약 3배 늘어난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회장 일가가 지분 29.9%를 갖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지분율이 43.4%에 달했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따라 지분을 대량 매각해왔다. 내부거래를 줄일 수 없다면 지분 10%를 추가로 매각해야 할 수 있다. 기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자회사는 물론 총수일가 지분이 없는 손자회사까지 일감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들어가면서 인수합병(M&A)을 통한 혁신활동에 장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지주사 체제 후퇴, 경영권 위협 등 기업 입장에선 각종 리스크가 커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