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심리 시작…‘법관 사찰’ 여부 가장 중요한 쟁점 떠올라
법무부 감찰관실 ‘월권행위’도 변수… 尹, 류혁 감찰관 증인신청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법관 사찰이냐, 소송 대응 정보 수집이냐.’ 10일 개최된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징계 여부는 대검이 수집한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징계 회부 절차가 위법하다는 주장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추 장관은 10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이날 윤 총장은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직무배제 사유로 든 사안은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등이다.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손상 등도 사유로 삼았다.
총 6개 징계사유 심리… 법관 사찰 여부 가장 큰 쟁점
법조계에서는 법관 사찰 의혹 외 나머지 사유는 징계 근거로 삼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무부 감찰관실 실무담당자인 이정화 검사는 여기에 윤 총장의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만 징계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기초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이 검사가 문건 작성자를 면담하는 도중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조치를 발표하고 징계회부 및 수사의뢰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 측은 이 문건이 형사재판 당사자로서 당연히 대비해야 할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윤 총장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미국과 일본에서도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부 성향을 분석한 자료를 폭넓게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상당부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 측은 이 문건 생성 부서가 소송에 대응하는 공판송무부가 아닌 범죄정보 수집부서라는 점을 문제삼을 전망이다. 대검 감찰부는 추 장관이 직무배제 조치를 발표한 이튿날 바로 이 문건을 생성한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추가 입증 자료를 찾지 못했다. 법무부가 확보한 판사 성향 분석 문건은 심재철 검찰국장이 대검 반부패부장 재직 시절인 올해 초 보고받았다.
감찰위 만장일치 ‘부당’ 판정했던 징계 회부 절차, 이번에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회부 절차가 정당했느냐도 중요한 쟁점이다. 지난 1일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게 제대로 된 소명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징계 회부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반면 추 장관 측은 윤 총장의 소명을 듣기 위해 검사를 보냈지만 대면조사에 거부한 것이고, 2000페이지 이상의 관련 기록을 사전에 보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총장 사건을 맡은 이완규 변호사는 법무부가 넘겨준 기록 대부분은 언론 기사 스크랩에 불과해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추 장관의 측근 인사인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책임자인 류혁 감찰관 승인 없이 징계를 주도한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윤 총장은 이러한 점을 입증하기 위해 류 감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감찰위원회 회의 때는 이정화 검사가 박 담당관과 대질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 담당관의 월권행위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류 감찰관과 박 담당관 사이 격론이 벌어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담당관은 이정화 검사가 작성한 보고서 내용 일부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점이 드러나 형사처벌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원전 사건 ‘변호인에서 차관 직행 논란’ 이용구 차관 징계위 참석
이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사건 변호인에서 차관으로 직행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에 참석했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차관은 당연직 위원이다. 이 차관은 대통령 지명 당일까지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변호를 맡았다. 윤 총장은 직무복귀 직후 대전지검이 산업부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승인했다. 이완규 변호사는 이 차관이 징계심의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차관은 징계위에 회부된 6가지 사유가 원전 사건과 무관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조사를 위해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이 차관의 서초동 개인사무실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차관은 지난달 초 대전지검이 백 전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현장에 변호인으로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징계위 개최에 앞서 류혁 감찰관 외에도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손 차장검사는 판사 사찰 문건 논란이 빚어진 수사정보담당관실 책임자이고, 박 부장검사는 이른바 ‘검언유착’의혹 사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을 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