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적자…시설투자 여력없어 수돗물사고 위험 높아

손실분 세금으로 충당…“쓴사람이 부담해야” 목소리 커져

서울시 요금인상 추진…1인당 월 평균 440원 추가 부담

1년치 합해야 5000여원…스타벅스 커피한잔 값에 불과

지난 8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수도요금 인상 및 요금체계 개편 시민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인 한인섭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유튜브 ‘아리수TV’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서울시 제공]
지난 8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수도요금 인상 및 요금체계 개편 시민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인 한인섭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유튜브 ‘아리수TV’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서울시 제공]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올해 전국적으로 수돗물 유충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수돗물의 품질 뿐만 아니라 요금도 지역별 격차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 유충 사태에서도 안전함을 확인했던 서울시 수도요금은 톤당 565원으로 수도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7대 특·광역시 중 최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상수도 요금 현실화율은 전국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해 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또 적자가 누적되는 만큼 시설에 대한 투자가 뒤로 밀려, 시설물의 노후도가 크게 누적되었고 언제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 전국 수도요금 톤당 평균 736원 서울시는 565원 = 올해 초 환경부에서 발표한 상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수도요금은 톤당 평균 736원이다. 전국적으로 지역별 차이가 없는 전기요금과 달리 수도요금은 지역별 운영주체가 다르고 지역적 특성과 도시의 규모, 재정여건 등에 따라 요금 차이가 발생한다. 지역을 바꿔 이사를 갔을 때, 다른 공공요금은 별 차이가 없는데 유독 수도요금 만큼은 큰 차이를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수도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7대 특·광역시 수돗물 톤당 평균 공급 단가는 676원으로 구체적으로는 부산 854원, 울산 849원, 광주 655원, 대구 633원, 인천 625원, 서울 565원, 대전 548원 순이다. 댐 건설을 통해 원수구입비가 타지역보다 월등히 저렴한 대전을 제외하고는 서울은 전국 최저 수준에 고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다.

해외 주요도시와 요금을 비교했을 때도 서울시의 요금이 월등히 저렴하다. 미국 뉴욕은 2342원, 영국 런던 2319원, 프랑스 파리 1957원, 일본 도쿄 1322원 등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수도요금이 뉴욕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전경. [서울시 제공]

▶ 서울-부산 연간 3만원 차이, 뉴욕은 연간 18만원 더 내 = 그렇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요금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2018년 상하수도통계에 따르면 한국 국민 1인 하루 물 사용량은 295리터다. 한 달로 환산하면 약 8.8톤을 사용하는 셈이다.

톤당 565원을 부과하는 서울시의 경우, 시민 한명이 한 달에 약 4972원의 상수도 요금을 부담하는 반면, 톤당 854원을 부과하는 부산시는 한 달에 7515원을 부담한다. 1년 요금으로 환산하면 서울시는 5만 9664원, 부산시는 9만 180원으로 연간 약 3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같은 양의 수돗물을 사용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생산원가와 판매단가가 달라 벌어지는 현상이다.

외국 주요도시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같은 양의 수돗물을 뉴욕에서 사용한다면 한 달에 약 2만원의 상수도요금을 부담한다. 1년이면 24만 7315원이다. 뉴욕의 세 달 요금이면 서울에서 1년을 사용할수 있다.

▶ 요금현실화율 광주 94% 반면 서울 80% = 한편 시민들에게 중요한 지표가 ‘판매단가’라면, 공급자에게 중요한 지표는 ‘요금 현실화율’이다. 요금 현실화율이란 생산원가 대비 판매단가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재정건전성이 좋아진다. 2019년 기준 요금현실화율 평균은 87%로 구체적으로 광주 94%, 대전 93%, 부산 87%, 대구 86%, 울산 83%, 인천 77%이며, 서울은 80% 수준이다. 서울은 706원을 들여 수돗물을 생산해 565원에 공급하고 있어 특·광역시 중 두 번째로 낮은 요금 현실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인천은 비싼 원수구입비로 총괄원가가 올라가 요금 현실화율이 가장 낮다.

요금현실화율이 낮다는 말은 수돗물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심화되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2012년부터 부산과 광주는 각 4회, 대구와 대전은 각 3회에 걸쳐 수도요금을 인상했다. 반면 서울시는 2012년 이후 단 한 번의 요금인상 없이 수돗물을 공급해 왔다.

▶ 경영합리화도 한계…미뤄둔 시설물 투자 시급 = 서울시가 지난 8년간 요금인상 없이 상수도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재원확보와 경영합리화를 위한 노력이 주효했다. 어려운 상수도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유수율 향상, 체납징수율 향상, 시유재산의 효율적 관리 등 예산절감 방안을 다각도로 추진해왔으나 그마저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가를 밑도는 판매단가의 적자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세금에서 차입해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이후 단 한 번의 요금 인상 없이 전국 최고 수준의 수돗물을 공급해 온 서울시가 이제는 세금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수익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또 비현실적인 수도요금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시설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와 대대적인 점검 역시 더는 늦춰져서는 안 된다는 상수도 전문가들의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수돗물 전문가는 “수돗물도 일종의 소비재이므로 원가의 적절한 반영과 이용자 부담의 원칙, 원인자 부담의 원칙을 바로 세워 근본적인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누적된 적자는 세금으로 충당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각기 다른 수돗물 사용량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부담이 전가돼 또다른 불평등을 낳게 된다”고 말했다.

▶ 붉은 수돗물, 수돗물 유충…그 다음은? =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올해는 유충 사건으로 인천에서 제주까지 떠들썩했다. 서울은 이번 수돗물 유충 사태에서는 안전함을 확인했지만 작년 문래동 수질사고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설물 노후화가 심화됨에 따라 수질사고의 징후는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생산원가는 계속 상승해 현재의 요금단가로는 시설 노후화와 재정적자 심화로 더 이상 상수도 시설에 대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주장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시설물에 대한 선제적 투자 및 적자해소를 위해 수도요금 인상 및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3년간 12%씩 인상해 요금현실화율을 93%선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톤당 360원에 공급되던 가정용의 경우 2021년 430원, 2022년 500원, 2023년부터는 580원으로 일괄 인상된다. 월 12톤을 사용하는 2인 가족의 경우, 현행 요금에서는 월 4320원을 부담했던 것이 2021년에는 5160원, 2022년에는 6000원, 2023년에는 6960원을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3년에 걸쳐 요금인상이 단계적으로 완료되면 서울시민 2인 가족의 월평균 인상금액은 880원, 4인 가족은 176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량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인당 월평균 440원을 추가 부담한다는 계산이다. 1년으로 따져도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값에 불과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