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2건 재판 이달 동시진행
전현직 임직원까지 잇단 법정 출석
그룹 미래 경영전략 등 차질 불가피
무죄 선고돼도 대외이미지는 타격
여당 발의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땐
삼성전자 지분 대거 외국계로 이전
지배구조 흔들 ‘초유 뇌관’ 작용 우려
삼성전자가 8일 12조원이 넘는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지만 입법, 사법 리스크가 가중되는 경영 환경 탓에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대외 변수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 정부 여당의 보험업법 개정 추진의 입법리스크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삼성 내부에는 오히려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2건의 재판이 이달부터 동시에 진행된다. 지난 1월 이후 중단됐던 국정농단의 파기환송심이 오는 26일 재개되며, 지난달 검찰이 기소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한 첫 재판도 오는 22일 시작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2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되면서 그룹의 미래전략 구상 등 경영 판단에 적잖은 제약이 가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물론 전현직 임직원들까지 줄줄이 재판에 참석하고, 재판 준비에 엄청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면서 기업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특검 기소 이후 이 부회장은 4개월간 진행된 1심 재판에만 무려 53차례 재판에 출석했고, 재판정에 앉은 시간은 470여시간에 달했다. 2심에서도 17차례 재판을 받은 바 있다.
당장 연말 인사를 비롯해 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 삼성의 경영활동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2018년 집행유예 석방 이후 발표했던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과 같은 초대형 사업 구상을 당분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까지도 재계 전반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소는 장기간의 재판으로 이어지고, 경영 현장에 있어야 할 임원들은 법정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서 “설령 무죄가 선고되도라도 삼성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보험업법 개정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자체를 뒤흔들 초유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행법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발행 채권과 주식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3%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장가격으로 바꾸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즉시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 삼성생명이 1순위로 꼽혀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도 불리고 있다.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강행처리하려는 현 여당의 기조를 감안할 때 이 법안 또한 연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 개정안의 파급력은 막대해 재계 1위 기업 삼성전자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식 8.51%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약 23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화재 역시 약 3조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삼성생명과 화재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만 약 5조원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또한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그룹 내부에선 대규모 삼성전자의 주식 물량이 시장에 출회되는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 펀드들로 지분이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학부 교수는 “현 정부와 여당은 경영권 방어수단을 만들어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견제 제도 만을 쏟아내고 있다”며 “규제를 강화할수록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방향에 쓸 수밖에 없게 돼 기업으로서는 부담만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