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관계에서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모호한 상황이 지속되면 답답한 마음에 폭발하기 십상이지만 ‘썸’으로 엮어지면 야릇한 기분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뒤바뀐다.

이 때문에 연애보다 오히려 썸에 열광하며 진지한 관계를 거부하는 청춘 남녀도 많다. 분명한 것은 썸은 ‘제대로 된’ 남녀관계가 아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썸이 현재를 살아가는 2030세대의 연애관, 나아가 결혼관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썸에는 연애에 소극적으로 바뀐 2030의 세태가 반영됐다”면서 “과거와 달리 (개인적ㆍ사회적 문제로) 마음에 들어도 먼저 사귀자고 말하지 못한 채 아슬아슬한 감정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본인의 ‘스펙’에 자격지심이 생기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먼저 ‘대시’할 용기를 잃어버렸다는 설명이다. 또 연애 상대를 선택할 때 마음이 끌리는 것보다 상대의 조건을 먼저 따지다보니 연애하기 전에 썸을 타는 기간을 일종의 ‘간보기’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한국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혼인기를 앞둔 청춘들이 책임 있는 연애보다 부담 없는 썸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하 평론가는 “예전엔 연애가 분석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어느 때보다 연애 담론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썸이 하나의 유행이 되면서 젊은층의 연애관이 가벼워지고 상대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는 시각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 전까지 시간과 열정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겠다는 측면에서 썸도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기 성숙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관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썸을 타더라도 진지한 관계를 지속할 만한 상대를 만났을 때는 ‘희생’과 ‘비용’을 계산하지 말라는 것이다.

곽 교수는 “결과가 아무리 아파도 도전하고 사랑하는 것이 젊은이의 특권”이라면서 “진정한 사랑을 경험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썸’ 현상이 최소 1~2년은 더 유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썸은 자극적이여서 관련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남녀관계에서 근본적인 것을 해소해주지는 않는다”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더이상 썸 안에서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