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배우 이동준을 필두로, 김혜수, 태미, 전소미 등 태권도선수 출신 연예인은 생각보다 많다. 최근에는 나태주와 마이진이 트롯열풍 속에 ‘태권트롯’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진천 태권도 아가씨’가 세미 트롯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30살의 신보경(본명 김정화). 신보경은 국가대표선수촌이 있는 진천이 고향으로 어렸을 때 '태권소녀'로 큰 기대를 받았다. 동네 태권도장을 다니다 발군의 실력을 보여, 또래들보다는 늦게 전문선수가 됐다. 출발은 늦었지만 진천여자중학교 시절, 충북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호성적을 거뒀다. 2004 세계 화랑태권도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태권도 특기자로 진천상고에 진학한 신보경은 1학년 때 골반 부상을 당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고등학교를 마쳤지만 태권도 선수로는 크게 성공할 수 없어 이후 20살 때부터 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으로 일을 했다.
태권도 사범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던 신보경은 2017년 우연한 계기에 참가한 청주 권혜경 가요제에서 3등으로 입상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지인의 소개로 ‘칼라바’라는 직장인 밴드의 보컬을 맡았고, 노래연습에 몰입했다. “집안 사정으로 어릴 때 할아버니와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적이 있어요. 그때 소양강처녀 등 어른들이 좋아하는 트롯을 많이 접했고, 따라불렀지요. 학창시절 태권도를 하느라 노래는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노래가 직업이 될 줄은 몰랐어요.”2018년 신보경은 원주 박건호 가요제에 참석했다. 입상도 하지 못하면 창피할까 싶어 밴드멤버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정수라의 ‘도시의 거리’를 열창해 1등상을 받았다. 이후 지인들이 음반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수의 길을 걸으라고 격려해줬다. 신보경은 이에 2019년 예명을 정하고, 김인형 작곡가로부터 받은 ‘사랑은 욕심쟁이야’를 타이틀 곡을 받는 등 음반작업에 착수했다. 아버지는 “태권도 사범으로 평탄하게 살아가다 시집이나 가지, 갑자기 웬 가수냐?”며 많이 반대했다. 하지만 신보경이 11월 KBS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노래에 대한 열정을 밝히는 것을 보고 아버지도 적극 응원해주고 있다.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앨범발표 및 활동이 늦어졌지만 신보경은 지난 7월 앨범 발표와 함께 전업가수의 길에 뛰어들었다. ‘사랑은 욕심쟁이야’는 흥겹고 발랄한 분위기의 세미 트롯으로 신보경 특유의 보이스톤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행사가 거의 없어, 유튜브 등 SNS와 라디오 등 방송을 통해 곡을 알리고 있어요.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온 몸으로 노래하는 윤복희 선생님을 좋아하고,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운동할 때 별명이 '악발이'였거든요. 어렵게 시작한 만큼 운동할 때보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