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이란, 남성과 여성 등 성별 차이에 따르는 차별적 상황과 요소를 인식하는 인지적•감성적 능력을 말한다. 이는 ‘젠더 감수성’, ‘성인지 관점’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인지 감수성’에서 의미하는 ‘성(性)’은 생물학적인 성(sex)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성(gender)을 의미한다.
성인지 감수성은 협의로는 성별 간의 불평등에 대한 이해와 일상생활 속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하며, 좀더 포괄적으로는 ‘성평등에 대한 의식과 실행 의지, 실천력’을 포함하는 능동적이며 지적인 과정을 포함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주로 ‘젠더 감수성’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어 왔다. 1996년 시행된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이에 대한 기본 개념이 법제화되었고, 이 법을 전부개정한 <양성평등기본법>이 2015년부터 시행되면서 '성인지'에 대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회의 공식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8년 4월 성희롱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양성평등기본법>을 인용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주요 근거로 사용함에 따라,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용어가 ‘젠더 감수성’을 대체하는 학술적•사회적 용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성인지 교육을 사회 모든 영역에서 법령, 정책, 관습 및 각종 제도 등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동법 제18조). 개인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는 성적으로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개인의 차원에서 성적 차이와 차별에 대한 민감성을 인식하고 평등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얘기하려면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건 성평등 교육 몇 번, 대화 몇 마디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을 기르고자 하는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다. 내가 자라온 사회가 성차별적 사회라는 사실을 인정하려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인지 감수성은 사회를 비판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가 성차별적 사회에서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결과물이 아닌 것인지 관찰하고 반성하는 일이다.
요컨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 A 씨를 4년간 지속해서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온 이후 공무원 내부에서는 ‘성희롱 폭로’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처럼 피해 사례가 갑자기 공개되는 배경에는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릴 수 없는 공무원 특유의 조직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에서 2015년부터 3년간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6%로 민간기업(6.5%)보다 10% 이상 높았다. 공직자의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잇따라 문제가 되자 관련 지침 등이 마련됐지만, 실제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공공기관 성희롱 고충상담원을 지정하고 상담창구를 만드는 등 예방지침을 마련했으나,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성희롱 은폐는 조직사회의 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공직은 진입이 어렵고 근속연수가 길고 이동범위가 넓지 않아 인맥과 평판이 업무와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변호하는 한 변호사는 “이러한 공직 사회 내부 위계 성폭력의 경우 과정과 절차가 더 중요하다”라면서 “사건이 발생 후 ‘보여주기식’ 대처가 아닌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응으로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가져야 할 인식과 태도에서도 몇 가지 유의사항은 첫째, 성폭력은 행위자의 잘못이며 피해자의 탓이 아니라는 인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성폭력은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성차별적인 조직문화나 왜곡된 직장 내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한 위력에 의한 불법행위이다. 둘째, 성폭력뿐만 아니라 성폭력 인지 여부가 애매한 언행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낀다면 언행을 삼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행위자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경고함으로써 문제 제기를 정확히 해야 한다. 끝으로 성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인권과 근로권,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법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글: 이창호(李昌虎) 이창호스피치리더십연구소 대표& 헤럴드에듀 논설위원, 한국청소년봉사단연맹 부총재, <인성 8덕목 대표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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