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해당 병원, ‘하이크로정’ 4년 4개월간 가습기살균제로 사용한 것, 확인”
‘하이크로정’, 주성분 NaDCC는 반복 흡입시 폐독성…식품위생법상 사용 불가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가습기 살균제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한 대학병원에서 식기를 살균하는 소독제를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용된 식기 살균 소독제는 하이크로정으로, 주성분인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은 반복흡입시 폐에서 독성이 생기는 물질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 다중이용시설 실지조사’를 진행한 결과 A대학병원은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총 4년 4개월간 식기 소독제인 하이크로미니(제품명 ‘하이크로정’)을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병원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명시적인 ‘감염관리지침서’에 근거해 사용한 사실을 사참위가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하이크로정 사용에 따른 사망자나 질환 피해 사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하이크로정’의 주성분은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이하 과학원)이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흡입독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물질이다. 과학원의 조직병리학적 검사 결과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흡입한 동물의 폐에서 독성 변화가 관찰됐다. 기존에는 가습기살균제 주요성분이 PHMG(‘옥시싹싹’ 등), PGH(‘세퓨’ 등), CMIT/MIT(‘가습기메이트’ 등), NaDCC(‘엔위드’ 등)로 알려졌다. 이번조사를 통해 NaDCC를 사용한 제품이 하나 더 추가로 확인된 것이다.
현재까지 NaDCC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은 ‘엔위드(N-with)’와 ‘세균닥터’다. 그중 ‘엔위드’를 사용해 건강피해를 입었다고 환경부에 신고한 사람은 현재 기준으로 93명이다. ‘엔위드’ 제품과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한 사람 가운데 5명이 폐질환을 인정받았다. ‘엔위드’ 제품만 사용했다고 한 2명과, ‘엔위드’ 제품과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함께 사용했다고 한 8명이 각각 천식 질환을 인정받았다.
‘하이크로정’은 식품위생법상 가습기 살균·소독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제조업체는 ‘하이크로정’을 2003년에 ‘혼합제제 식품첨가물’로 출시하고 2009년 ‘기구 등의 살균소독제’로 품목을 변경했다.
하지만 의약품 도매업체인 B사는 ‘하이크로정’이 ‘가습기 내(물통, 분무통) 세균과 실내 공기, 살균, 소독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라는 허위 문구를 기재한 제품설명서를 작성했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과 지방자치단체 등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 기관은 B사의 위법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 허위 제품설명서를 B사부터 전달받은 A병원은 정식 계약을 체결한 납품업체 C사에게 ‘하이크로정’을 주문했다. C사는 2007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B업체로부터 ‘하이크로정’을 구입해 A병원에 ‘가습기 하이크로’라는 이름으로 3만7400정(374박스)을 공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