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들 소속만 바뀌어
먹튀·승환·고아계약 부작용 유발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대리점(GA)에 대해 영업정지 등 전례없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오히려 승환계약, 먹튀설계사, 고아계약 등의 부작용을 유발해 애꿎은 계약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종합검사를 실시한 대형 GA인 리더스금융판매에 대해 31억원의 과태료 부과를 최근 결정했다.
이와 함께 설계사 전원에게는 2개월간 생명보험 상품 판매를 금지했다. 리더스금융판매의 설계사는 약 8000명이다. 2개월 영업정지는 사실상 폐업 명령과 다름 없다.
2위 GA인 글로벌금융과 중형사인 태왕파트너스 대한 제재심도 조만간 열릴 방침이다. 태왕파트너스의 경우 소속 설계사의 대규모 ‘먹튀’ 사건으로 인해 영업취소가 예고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지사형(연합형) GA로 하나의 회사처럼 보이지만 개별 지사가 독립적인 경영체계로 운영된다.
조직·인사, 회계 및 자금 관리 등 모든 업무가 본사의 통제없이 이뤄져 본사의 준법감시가 유명무실하다. 금감원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자금 임의집행, 횡령, 불완전판매 등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연쇄 피해다. GA에 대해 영업정지를 한달만 가해도 설계사들은 다른 곳으로 빠져 나간다. 이들은 나갈 때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보험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승환계약을 한다. 설사 계약을 해지하지 않더라고 해당 GA에서 계약한 소비자들은 설계사가 사라지면서 ‘고아계약자’로 전락한다.
일부 설계사는 민원 처리를 신청해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기도 한다. 이럴 경우 원수 보험사에까지 피해가 간다. 원수 보험사로서는 민원이 증가하고, 설계사가 사라지며 수수료 환수가 어려워지면 법적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까지 커지게 된다.
위법에 가담하지 않은 설계사들 역시 영업정지로 생존권을 위협받으면서 피해자가 된다. 실제로 태왕파트너스의 경우 이미 대부분의 설계사들이 빠져나가 대표만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GA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나오면서 최근 관련 민원 신청이 늘고 있다”면서 “급격한 제재로 인한 부작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의 강력한 제재 속에서 지사형 GA가 사분오열 상황을 보이고 있다. 본사의 준법감시 강화에 불만을 품거나, 영업정지 등 제재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1000명 전후 설계사를 보유한 지사의 대표들이 독립에 나서면서다.
한희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