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어떤 사람들은 그 생존을 위해 좋은 길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릇된 길을 선택한다. 한 사람이 내게 총을 쏘았다. 그 총알은 일 초 만에 내 뇌를 부풀어오르게 했고 내 청각을 빼앗았고 내 왼쪽 안면신경을 잘랐다. 그 일 초가 지난 후 수백만의 사람들이 내 생명을 위해 기도했고, 뛰어난 의사들이 내게 다시 내 몸을 돌려주었다. 나는 착한 아이였다. 내가 마음속으로 유일하게 바란 것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상도 돈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매일 신에게 기도했다. ‘나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제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나는 말랄라’ 중) ‘나는 말랄라’(말랄라 유사프자이ㆍ크리스티나 램 지음, 박찬원 옮김, 문학동네)는 지난 10일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파키스탄의 10대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17)의 자서전이다. 말랄라는 인도의 아동 노동 근절 및 교육권 보장 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60)와 함께 올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때마침 노벨평화상 선정을 앞두고 국내에서 최근 번역 출간된 ‘나는 말랄라’는 그저 학교에 다니는 게 꿈이었던 한 소녀의 자전적 연대기이자, 탈레반이 장악한 파키스탄 북부의 스와트밸리 지역에서 여자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해온 가족의 이야기다. 이 책을 펴낸 문학동네는 “파키스탄이라는 나라가 거쳐온 질곡의 현대사에 대한 훌륭한 개괄, 나아가 21세기 세계 정세의 태풍의 핵인 이슬람 근본주의와 테러리즘의 실체를 폭로하는 현장의 목소리”이며 “무엇보다 불의와 폭압에 침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용기와 신념에 관한 감동적인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1997년 7월 12일 파키스탄에서 태어나 아프카니스탄 접경 지역인 스와트밸리에서 자랐다. 열한 살 때 영국 BBC 방송의 우르두어 블로그에 탈레반 치하의 삶에 대해 글을 쓰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말랄라는 굴 마카이라는 필명으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내 여성 교육을 위해 싸우는 가족의 이야기를 주로 썼다.
이 때문에 말라라는 탈레반의 공격대상이 됐다. 결국 2012년 10월 9일 파키스탄 북부 밍고라에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 있던 말랄라는 한 괴한이 코앞에서 쏜 총알에 머리를 관통당했다. 그녀가 살아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말랄라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고 있을 때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인 탈레반은 그녀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 자신들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누구든 우리에게 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자는 같은 방식으로 처리될 것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말랄라는 탈레반의 위협 속에서도 교육 운동을 계속했고, 평화와 인권을 위한 그녀의투쟁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앤젤리나 졸리, 마돈나, 비욘세 등의 세계적인 유명인사를 비롯한 세계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말랄라는 2011년 파키스탄 청소년평화상을 수상하고 국제아동인권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결국 노벨상 역대 최연소 수상이라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말랄라는 총격 약 1년 후인 2013년 7월 12일 뉴욕 유엔 본부에 초청돼 연설을 했다.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빛의 소중함을 깨닫고, 침묵 속에서 외침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스와트에서, 그 총부리 앞에서, 우리는 책과 펜의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 빈곤과 불의 그리고 무지로 고통받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 교육의 권리를 빼앗긴 아이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강한 무기인 책과 펜을 들고 문맹과 빈곤, 테러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한 명의 아이, 한 명의 선생님, 한 권의 책, 한 자루의 펜이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때마침 열여섯 살 생일을 맞은 파키스탄 소녀는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 전통 의상을 입고, 피살당한 파키스탄 첫 여성 총리 베나지르 부토의 숄을 두르고 반기 유엔 사무총장의 소개로 단상에 올라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 세상 모든 어린이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해달라고 호소했다. 말랄라는 “우리가 책과 펜을 들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 책과 펜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한 명의 어린이가, 한 사람의 교사가, 한 권의 책이, 한 자루의 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말랄라’는 단짝 친구와 ‘트와일라잇’을 읽고, 남동생과 티격태격하고, 학교에서 1등을 놓고 경쟁하던 평범한 소녀가 어째서 탈레반의 표적이 되고, 어떻게 세계의 정상들이 서는 연단에 오르게 됐는지, 그리고 가장 어린 나이로 노벨평화상을받게 됐는지에 대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