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보호장비 갖추고 신부 돌봐…스페인 알코르콘 주민들 대혼란

미국과 유럽도 ‘에볼라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선진국 방역 시스템을 뚫고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첫 에볼라 감염 환자가 나타나자 유럽 보건 당국은 초비상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이 간호사는 모든 보호장비를 갖춰 입었으며 단 두차례 접촉만으로 어떻게 에볼라에 감염이 된 것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는 7일 스페인 보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명확한 감염 경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프레데릭 빈센트 EU집행위 대변인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분명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스페인 보건 체계를 의심했다.

아나 마토 스페인 보건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보건 규약을 엄격히 준수했더라도 감염 원천을 명확히 알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마드리드주(州) 보건국의 안토니오 알레마니는 “뭐가 잘못된 것인 지 아직은 잘 모른다. 감염 메커니즘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일간 엘 파이스는 카를로스 3세 병원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부실한 의료장비를 원인으로 꼽아 주목된다. 이 병원 종사자들은 병원이 지급한 보호장비가 호흡장치 등 면에서 국제보건기구(WHO) 규약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호장비가 감염원 차단에 완벽하지 않았고 자동 호흡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카를로스 3세 병원 측은 엘 파이스에 “보호장비는 WHO 규약에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항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WHO는 에볼라를 포함한 바이러스 출혈열과 관련해 특수 보호장비 형태, 환자의 병실 출입 절차, 보호장비 탈의 방법, 병실 안팎 표면을 소독하는 절차 등 상세한 규약을 두고 있다. 이런 절차 가운데 한 가지만이라도 어긋나면 자칫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 댈라스 병원에 이어 스페인 알코르콘 병원도 초동 대처에 실패했다. 그 결과 간호 조무사는 미열이 있었지만 에볼라에 감염된 지 모른 채 닷새를 보냈다.

스페인 현지 언론 엘문도에 따르면 이 조무사는 지난 6일 알코르콘 병원을 방문할 당시 에볼라 진단 시험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그를 응급실에서 다른 일반 환자들과 섞여 커튼만 쳐진 침대에서 대기하게 했다.

스페인 보건당국은 간호사와 접촉한 알코르콘 병원 관계자를 포함한 50여명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남편과 나이지리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또 다른 에볼라 음성 환자 등 2명이 격리조치됐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