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등 전세계 독자개발 속도전
트럼프 “연내 백신가능” 자신감 표출
시진핑, 군까지 동원하며 진두지휘
유럽 제약사도 하반기에 임상 돌입
일부 “백신효과 보장없다” 회의론도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자 각 국이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열쇠로 주목하는 것은 바로 ‘백신’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백신 개발을 이뤄낸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사태에서는 백신을 가장 먼저 개발하는 국가가 글로벌 패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른바 무역전쟁에 이은 ‘백신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백신, 트럼프의 재선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코로나19 백신이 모든 나라에게 급하지만 현재 가장 절실한 국가 중 하나가 미국이다. 19일 오전 기준 미국 확진자는 153만9000여명이다. 확진자가 다음으로 많은 러시아(29만명)에 비해서도 5배가 많은 수다. 사망자는 9만명을 넘어 사망률은 6%에 이른다.
이런 절박한 국내 상황 못지않게 그동안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의료기술도 가장 앞선 국가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로 미국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면서 미국에 대한 전 세계의 실망감도 크다.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백신 개발은 중요한 도전과제이자 재선을 판가름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미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미 정부는 올 해 연말까지 백신 개발을 위한 ‘초고속개발팀’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부·민간 제약사·군이 함께 협력해 연말이나 내년 1월까지 3억개의 백신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작전을 제2차 세계대전 때 원자폭탄을 개발하기 위해 꾸려진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하며 올 해 연말까지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제약사 이노비오가 지난 4월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에 돌입했고 모더나의 임상 1상 결과가 19일 발표됐는데 피험자 45명 모두에게서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상 2~3상도 올 해 실시될 예정이다. 미국은 백신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선 위치에 있다.
▶중국, 시 주석 직접 개발 지시…유럽 제약사들, 임상 돌입=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백신 개발을 위한 정부 주도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고,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틀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개발이 미국보다 뒤쳐지면 글로벌 패권을 잡는데 있어 불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백신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데 국유 기업·연구소 뿐만 아니라 군까지 동원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출현한 곳이어서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 관련 데이터가 많다. 이런 자원이 백신 개발에는 유리할 수 있다. 현재 중국 기업인 시노박, 칸시노바이오로직스, 바이오텍 등이 임상 1~2단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제약사가 많은 유럽도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사노피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공동으로 하반기 내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아스트라제네카도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도 백신 개발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기존 백신 개발 경험이 있는 SK바이오사언스, GC녹십자 등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다만 백신 개발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프로젝트인 만큼 미·중·유럽 등 강대국과보다는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료제도 어렵지만 백신 개발은 이보다 한 차원 높은 과제로 봐야 한다”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 등을 하려면 자금 측면에서 확실한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기간을 아무리 단축하더라도 상용화까지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 시 자국 우선주의 우려…백신 성공 어렵다는 ‘회의론’도=예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백신이 공평하게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무역갈등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백신을 개발하게 될 때 충분한 물량을 생산할 수 없다면 자칫 자국민에게 먼저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백신이 전 세계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급되어야 하는 공공재임에도 ‘자국 우선주의’로 인해 다른 국적의 국민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백신 개발 자체가 어렵다는 회의론도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최근 열린 상원 청문회에서 “12∼18개월 시간표가 가능하지만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됐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백신이 열매를 맺지 않을 수도 있다며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