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 , 강남 3구 18~26% 급등

아크로리버파크 84㎡ 한 채, 보유세 47%↑

코로나·경기침체에 공시가까지 급등

전문가들 “주택시장 위축기 세 부담 커”

매도압박 속 증여 늘거나 세부담 세입자 전가 우려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강남 3구를 필두로 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세에 서울 지역 평균 공시가격 인상률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9억원 이상인 고가 아파트의 시세와 공시가격의 격차를 좁히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최근 정부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경제상황 악화 등과 맞물려 다주택자들에게는 처분 압박이 한층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1주택자의 경우도 보유세가 급격히 상승하고, 매도대신 증여가 늘거나 세부담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내달 8일까지 ‘2020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한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가 이뤄진다. 국토부는 전날 올해 1월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383만가구의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고가주택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모습 [사진=양영경 기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고가주택과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모습 [사진=양영경 기자]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5.99% 올랐다. 서울의 평균 인상률은 14.75%로 지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울이 특히 많이 오른 건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의 타깃으로 삼은 고가주택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세와 공시가격 격차가 큰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에 초점을 맞췄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고가 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지난해 한 해 동안 가격 상승폭이 컸고, 그동안 공시제도가 미흡하게 운용돼 저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고가 주택보다 오히려 높아 이를 바로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화율(공시가격/시세) 목표는 시세 9억∼15억원이 70%, 15억∼30억원이 75%, 30억원 이상이 80%다.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서초·송파구의 평균 상승률은 각각 25.57%, 22.57%, 18.45%에 달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가주택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올리면서 9억원 이상 주택(66만3000가구·4.8%)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21.15%에 달했다. 시세 구간별로 보면 9~12억원은 15.20%, 12억~15억원은 17.27%, 15억~30억원은 26.18%, 30억원 이상은 27.39% 등으로 가격이 비쌀수록 높게 나왔다.

서울 자치구별 공시가격 변동률 [국토교통부]
서울 자치구별 공시가격 변동률 [국토교통부]

보유세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은 지난해보다 47% 늘어난 1653만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5.2% 올랐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는 부담이 더 커진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에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을 보유한 2주택자는 보유세가 지난해 3818만원에서 올해 6325만원으로 66% 늘어난다. 두 아파트의 공시가격 합산이 지난해 30억4800만원에서 올해 41억7000만원으로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급증한 보유세가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미 정부의 대출 규제와 자금출처 증빙 등으로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경기침체 우려 속에 고점 대비 수억원씩 떨어진 매물도 나왔다. 올해 집값이 내리더라도 낙폭이 크지 않다면 내년 보유세 부담은 올해보다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일부 다주택자나 소득이 일정치 않은 집주인을 중심으로 올해 보유세 기준일(6월1일) 이전에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정부가 올해 6월 말까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판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하기로 한 데 따라 이에 해당하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은 활황기보다 위축기에 보유세 증가에 따른 세 부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처분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거나, 일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은퇴자를 중심으로 매도나 증여 등 주택 수 줄이기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