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시 폭락후 처음 모여
통화정책 소비자극에 회의적
내주 美연준 결정에 따라갈듯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으로 뉴욕증시가 곤두박질친 12일(한국시간) 한국은행은 정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개최했다.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 회의지만, 기준금리 운용계획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부동산 시장 자극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팬데믹 공포가 고조됨에 따라 금리 인하를 둘러싼 더욱 거센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한은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를 개최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14일만이다. 그 사이 코로나19가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됐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사상 초유의 긴급 정책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회의적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원 넘게 급증, 1년4개월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시행 전 ‘막차 물량’이 몰린 탓이지만, 다시 꿈틀대는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과열 조짐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미 1% 초반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하나만으로 경기 부양에 대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 총재가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연준의 변화를 감안할 필요성을 말하면서도 통화정책 한계론을 제시한 것이 이같은 고민을 보여준다. 자칫 실익 없이 집값만 부추겼단 비난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다음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상대로 연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은 입장으로서도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에 FOMC 회의 후 이르면 이달 중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만에 처음으로 임시 금통위가 열리게 된다.
한은이 다음 금통위가 예정된 다음달 9일까지 조정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시장에서 1.00% 기준금리 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금리를 내릴 경우 추가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 다음달 임기 종료를 앞둔 4인의 금통위원(신인석·고승범·조동철·이일형)으로선 퇴임 직전 금리를 내리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금통위가 상근체제로 전환된 1998년 이후 위원 교체가 이뤄지는 4월엔 기준금리가 조정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통해 은행이 한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제공해야 할 적격담보증권의 범위를 다음부터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외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증권(MBS)이 신규 인정됐다. 한은은 이달 중 비은행(증권사 등) 대상으로도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테스트를 실시,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