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임대료 지원대책만 기다렸는데 허탈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기업 규모에 따라 일부 업체만 지원하겠다는 것은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A면세점 직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면세점들이 정부의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인천국제공항 등 공공기관 내 입점업체 임차료를 6개월간 25~30% 감면해주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대상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면서다. 인천공항 면세업체 7곳 가운데 이번 임대료 혜택을 받는 곳은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단 2곳에 불과해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내 면세점의 올해 1월 매출은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2월에는 매출이 절반가량 급감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인천공항을 거쳐 가는 일평균 여행객 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2월 기준) 감소하면서 입점 면세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신라·신세계 ‘빅 3’의 2월 공항면세점 매출은 40~50%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인 SM면세점의 공항면세점 매출은 최대 54.9% 감소했다.
면세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장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반 토막 난 2월 매출의 70~80%가량을 임차료로 내며 역마진을 보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3월에도 지속될 경우 매출의 120~140%를 임차료로 내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공항 임차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달라고 인천공항공사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
면세업계는 한목소리로 “면세점 임대료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공항공사가 정작 고통분담엔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면세점 임대료로 총 1조761억원을 벌었다. 이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낸 임대료는 전체의 98%를 차지했다. 인천공항이 임대료를 감면해주기로 한 중기의 임대료 비중은 2% 미만에 불과하다. 사실상 최소한만 부담하겠다는 얘기다.
인천공항의 ‘거리두기’는 세계적인 공항들의 행보와도 비교된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6개월간 서비스 매장의 임대 수수료를 50% 낮추기로 했다. 태국공항도 내년 1월까지 6개 공항의 월 임대료를 20% 감면해주기로 했다. 홍콩국제공항은 공항이용료 감면과 임대료 인하 등에 249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이 마지막으로 모든 면세점의 임대료를 일괄적으로 인하해준 것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다. 코로나19는 감염자 수나 전파 속도 면에서 메르스를 압도하는 만큼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면세점 지원대책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기업 규모로 지원 대상자를 자를 것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얽힌 수백개의 협력업체까지 고려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