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많은 것을 바꾼다. 어린 시절, 춤 좋아하면 큰일난다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 지난 수 십 년 경제발전은 그런 사회적 엄숙주의도 깨버렸다. 어느새 건전한 취미생활로 자리바꿈했다. 춤으로 세계 무대를 휘어잡는 한국 비보이들을 보며 아이들과 함께 환호한다.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기술의 세계는 격세지감으로도 부족하다. 기존의 틀로는 이해조차 어려울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최근 이를 촉진하는 것도 우연찮게 ‘춤 (DANCE)’이다. 데이터 (Data), 알고리듬 (Algorithm), 네트워크 (Network), 클라우드 (Cloud),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하드웨어 (Exponentially improving hardware)가 그 선수들이다. 이들이 어우러져 춤판을 벌이자 기술도 덩달아 더 빠른 리듬을 타고 있다.
이 성장리듬은 기존 세대와 다르다. 통계나 최적화 같은 기존의 수학적 접근만 가지고는 엉거주춤할 수 밖에 없다. 대용량의 정형화 되지 않은 다양한 변수를 한꺼번에 고려하고 계산하는 새로운 리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리듬으로는 해석불가다. 여기에 최적화된 머신러닝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이러한 새로운 리듬을 파악하고 적응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발전을 활용한 디지털화에 명운이 달린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체질변화가 쉽지는 않다. 태생적으로 리듬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업무방식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기존 기업은 무얼하든 우선 전략마련과 계획수립부터 한다. 과거부터 이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태생부터 디지털인 기업은 접근이 다르다.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는 실행과 실험이 우선이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 등 모든 것을 수집하고 기록해 분석한다. 계획을 우선하고 틀을 갖춰야 비로소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과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매출을 보는 관점도 차이가 있다. 수익의 중요성은 다 같지만, 기존 기업에서는 단기에 매출증대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훨씬 크다. 섣불리 움질일 수 없으니 계획과 전략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도다. 반면 체질이 디지털인 기업은 실험과 실행에 공을 더 들인다. 이를 통해 매출 생성의 단초를 재빨리 잡아내 더 크게 확대해 나간다. 그래서 가능성 모색이 더 우선의 자리를 차지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기술 기업이 기존 기업과 협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당장의 결과물 보다는 가능성을 함께 찾아보자는 의미다. 최근에는 선글라스로 유명한 레이반과 손잡아 일상 속 증강현실 구현을 실험 중이다. 한국에서는 SK텔레콤과 함께 가상현실 시장의 미래를 점쳐보고 있다. 이같은 협역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을 놓칠 가능성을 차단한다.
이런 환경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와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전통기업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일까. 양쪽을 두루 경험한 결론으로는 무엇보다 지금 벌어지는 ‘춤판’을 다루는 시각이다. 한쪽에는 디지털이 유전자에 각인돼 있다. 타고난 것이기에 굳이 따로 고려할 대상조차 아니다. 그러나 기존 기업에게 디지털은 수 많은 전략 중 하나일 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촘촘한 기획이 완성될 무렵, 춤판의 무대는 이미 다른 쪽으로 관객을 이끌어 간다.
무대가 어디로 갈지 예측은 어렵다. 새로운 춤사위와 새로운 리듬이 더 큰 무대를 마련할 것이라는 점만 분명하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체질 전환이 시급하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기술의 발달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기업 모두 ‘춤바람’이 나길 권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