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올 한해 배우 고준희(35)는 힘들었다. 사실이 아닌 루머만으로 작품에서 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 고준희는 지난 4월 ‘버닝썬 게이트’의 당사자인 승리와 관련해 악성 루머에 휩싸였다.
“얼굴이 알려진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회의가 든 적이 처음이다. 나는 그저 즐겁고 좋아서, 대중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싶어서 배우 일을 해왔는데, 엄마가 이번 일로 이명 증상이 오고 아플 때는 너무 힘들었다. 내가 배우를 선택해 엄마가 아픈건가 하는 생각에 갈등도 많이 했다.”
하지만 고준희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게 쉽지 않았다. 배우는 작품으로 말하는 직업이다. 예능 출연도 하지 않고, SNS 활동도 활발하지 않는 그가 대중에게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제가 차가운 느낌인가요. 언론과도 말할 기회가 없었다. 사실 저는 소속사 대표가 저를 ‘나무늘보’라고 부를 정도로 예민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예능에도 좀 나갔다면 친근한 이미지가 조금은 생겼을텐데. 저는 예능 울렁증이 심하다. 간혹 드라마 홍보차 예능에 나간 적이 있는데,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뭐라도 하고와야 하는데, 결국 헛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 부분은 절대 편집이 안되더라. 그런 날은 집으로 돌아가 이불킥 하며 ‘내가 왜 그랬지’ 하고 후회하게 된다.”
고준희는 이제야 대중의 속성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 “이걸 띄워야겠다고 의도해서 되는 게 아니고, 의도치 않은 게 오히려 사랑을 받는다. 그게 신기하다. 요즘은 배우에게도 멀티(multi)를 요구하는 시대다. 사실 나는 뭔가 도전하거나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작품이건 MC건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 소통창구도 많아졌는데, 위축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172㎝의 큰 키를 지닌 고준희는 모델 이미지가 강한 게 배역을 맡는데 한계로 작용했다. 팔과 다리, 목이 길어 신데렐라, 캔디 역은 들어오지 않았다.
“20대 중반에 슬럼프 아닌 슬럼프가 왔다. 모델 이미지가 강해 패션 행사에는 가지도 않았다. 모델 이미지로 각인되면 내가 하고싶은 배역을 못하게 된다.”
그러다 오히려 자신의 신체 강점을 부각시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강점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것이다. 고준희는 단발, 청재킷, 립스틱, 목걸이, 운동화마저도 유행시키는 완판녀이자 트렌드 세트다. 또 올해에는 중국 최대 패션매거진이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올해의 아시아 스타일 아티스트상’ 수상자로 선정돼 '워너비 한류스타'의 위엄을 재확인했다.
고준희는 ‘여우야 뭐하니’ ‘종합병원2’ ‘불한당’ ‘그녀는 예뻤다’ ‘언터처블’ 등 출연한 작품에서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게 그의 최대 장점이다.
“어렸을때 데뷔해 일만 하고 살았는데, 올해 일어난 일은 성숙한 시간을 가져보라는 그런 주문인 것 같다. 나 자신을 많이 아끼고 나를 사랑해야겠다. 배우라는 직업으로 아직 보여줄 게 많다. 새로운 예능과 MC에도 도전하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