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들 시중은행과 금융협약
재개발 이후 개인대출 영업 셈법
“구속력 없어…은행 바뀔 수도”
총 사업비가 7조원에 달하는 서울 용산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이 모두 발을 담게 됐다. 점입가경인 대형 건설사간 각축전에 은행도 낀 형국이다. 은행들은 사업비 대출의 마진을 줄이면서도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재개발 이후 중도금 대출 등 개인대출 영업을 위한 셈법이 깔린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에선 시공사 변경 등 유동적인 사안이 많아 건설사들간 게임에 은행이 마케팅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건설업계·금융권에 따르면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 가운데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시중은행들과 금융업무 협약을 맺었다. 대림산업은 우리·신한은행, GS건설은 KB국민·우리··NH농협은행과 손을 잡았다.
협약의 골자는 향후 주요 은행들이 재개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시공사들은 든든한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했다고 홍보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공사·은행의 파트너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시공사가 확정되기도 전에 은행과 금융협력을 공공연히 밝히는 건 정비업계와 은행권 모두 이례적이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저마다 준비된 업체라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려고 금융협약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금융협약’은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협약은 상징성을 보여주는 포괄적 양해각서일 뿐 대단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추후에 시공사가 확정되고 구체적인 대출규모가 정해지면 실제 대출하는 은행이 더 늘어나거나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1조8000억원 가량이다. 향후 조합원 분양을 먼저 진행하면서 들어올 계약금·중도금 등을 감안하더라도, 시행사(조합)가 금융권에서 끌어와야 할 차입금은 조 단위일 가능성이 크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이란 점은 은행들도 잘 알지만, 한남3구역은 영업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대어다. 협약을 미리 맺어두면 향후 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행사에 사업비 대출로 이자수익을 얻고 나중에 일반분양 과정에서 중도금, 자금대출 같은 개인대출 영업까지 원활하게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사업비 대출은 여러 은행이 공동참여한다. 일례로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은 사업비 6000억원을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나눠 대출했다. 다만 한남3구역 수준의 대형사업은 은행들만 나서기엔 부담스럽다. 그래서 증권사나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사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참여한다.
서울의 알짜배기 입지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비 보증까지 받은 정비사업장은 은행간 입찰 경쟁이 치열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엔 사업비 대출 금리를 3~4% 부르던 은행들이 최근엔 2%대를 제안하기도 한다”며 “마진은 줄어들지만 리스크는 사실상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박준규·박자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