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기본…정책·경기등 복합작용
작은 파동 3~4년주기 일정 패턴
투자자들 “공포감 팽배때 기회로”
지난 21일 서울 경동시장에서는 배추 1포기가 8000원에 거래됐다. 9월과 10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세 방의 태풍과 가을장마로 주산지의 배추가 피해를 입으면서 배추가 ‘금추’가 됐다.
2010년에도 배추 가격이 치솟으면서 도매가격이 한 포기에 1만1100원을 넘어섰다. 이렇게 배춧값이 폭등하자 이듬해인 2011년에는 농민들이 너도나도 배추를 심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배춧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한 포기에 890원으로 추락했다. 농민들은 밭을 그대로 갈아엎었다. 이듬해에는 배추재배가 줄어 1만3300원으로 다시 치솟았다.
배추시장은 왜 이런 가격 급등락이 반복될까. 배추를 심고 수확할 때까지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배춧값이 아무리 폭등해도 곧바로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이런 배춧값과 같은 작동원리로 움직이는 게 집값이다. 집값이 상승세를 타는 동안 건설사들은 분양을 쏟아낸다. 하지만 실제 입주가 이뤄지지는 않으므로 공급부족은 계속돼 집값은 계속 오른다. 그러다가 3~4년 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공급이 초과되면서 집값은 햐향안정세를 보인다. 이 시기는 대체로 분양이 잘되지 않아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룬다. 3~4년뒤에는 입주물량이 줄어들어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집값은 2000년 이후 네 번의 파동을 겪었다. 첫 번째 파동은 외환위기 여파로 발생했다. 1998년 집값이 12% 넘게 폭락할 정도로 극심한 불황이 오자 아파트 분양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3년 뒤에는 입주물량이 거의 없었던 탓에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 2001년 이후 집값이 폭등했다. 2002년 전국 집값 상승률은 무려 16.4%를 기록했다.
2차 파동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상승률 11.6%), 3차 파동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상승률 6.9%), 4차 파동은 박근혜 정부때인 2015년(상승률 4.4%)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금리인하와 부동산 규제완화 등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퍼부었다. 이에따라 분양물량이 크게 늘었다. 2000~2004년 분양된 아파트는 평균 27만호였다. 그런데 2015년에는 52만호, 2016년에는 45만호, 2017년에는 33만호, 2018년에는 30만호에 이르는 물량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그래서 2019년 이후 부동산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평균보다 훨씬 많은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큰 폭의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집값은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이외에 정책, 경기, 금리, 인구구조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오르고 내린다.
최근 3.3㎡당 1억원 시대를 연 아파트가 등장하는 등 서울 강남의 한강변 블루칩 아파트들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이후 오히려 집값에 날개를 달았다. 상한제가 양질의 주택공급원인 재건축· 재개발을 위축시켜 새 아파트의 씨를 마르게 할 것 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기존 신축 아파트들의 몸값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전세시장도 상한제로 들썩거리고 있다. ‘로또 아파트’ 청약 기대감이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주택 매입 대신 전세를 택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상승장은 국지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한편에서 제기된다. 고가 아파트에 대한 보유세 중과가 차차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 집값이 오른 것은 미실현 이득인데 당장 수백~수천만원의 세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은퇴 세대가 집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택수요를 좌우하는 가계 소득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17년과 2018년에는 가계소득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7년 가구당 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4.1%나 증가해 2012년 이후 4년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시작되면서 급감하던 수출실적이 되살아나고 기업의 투자도 활성화돼 경제성장률이 3%대로 올라선데 힘입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발 해외 불안 요인이 커지면서 올해부터는 2% 성장률도 버겁다.
초저금리는 원래 집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침체기에는 이전만큼 위력적이지 못하다. 집값은 다양한 변수로 움직이지만 그래도 일정한 패턴은 보여준다. 우선 수급요인으로 3~4년마다 작은 파동이 만들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큰 위기는 10~15년 주기로 오곤 한다. 집값이 추락하고 시장에 공포감이 팽배할 때 실수요자들은 움츠러든다. 그러나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때를 기회로 활용해 압도적 차익을 누린다. 파동에 올라타는 법을 경험적으로 체득해서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10년 주기로 왔고 그 때 움직였던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의 승자가 됐다.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