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춘천)=유병철 기자] #1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즐기자,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며 경기에 나섰다. 그렇게 욕심을 버리고 나섰는데 우승했으니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모르겠다.”#2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고, 몸 컨디션도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올시즌은 큰 욕심이 없다. 나빠지지 않게만 대회에 나서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몸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프로가 되고 싶다.” 1일 강원도 춘천의 제이드팰리스GC(파72)에서 끝난 K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2019 한화클래식을 석권한 박채윤(25 삼천리)의 우승 인터뷰는 잔잔하면서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만의 플레이에 집중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가 생생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다. 선두에 6타 뒤진 공동 6위로 이날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박채윤은 보기 1개를 버디 4개로 만회하며 3타를 줄였다. 합계 5언더파로 공동 2위그룹을 2타차로 따돌렸다. 가장 많은 상금(총상금 14억 원)이 걸린 대회에서 개인통산 2승을 수확하며 3억 5,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조치원 출신으로 대전체중-대전체고를 거치며 아마추어 엘리트 코스를 밟은 박채윤은 프로에서는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다. 기대에 못 미치다가 4년차인 지난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에서서 프로 105개 대회 만에 첫 승을 거뒀다. 당시 우승소감이 “나는 우승하지 못할 것으로 알았다”였다. 그만큼 자존감이 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우승은 1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상금이 걸린 메이저대회에서 ‘도둑 같이’ 불쑥 찾아온 것이다. 올해 19개 대회에서 11번이나 톱10을 기록했지만 지난 겨울 동계훈련 때부터 통증이 있었던 목 디스크로 시즌 내내 몸관리가 힘들었기에 스스로도 놀랐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박채윤이 밝힌 그의 마음가짐은 교과서처럼 모범적이었다. 프로 초창기 마음이 고생이 심했지만, 오랜 슬럼프를 끈기로 이겼고, 문제였던 멘탈이 이제는 강점이 됐기에 그 울림이 크다. 박채윤은 “16번홀 버디 전(당시 4언더)까지만 해도 선두권은 7언더이니 (우승은)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마음 편하게 치려고 했고, 버디 욕심 대신 무조건 페어웨이에 보내고 안전하게 파만 하자고 생각했다. 이게 주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멘탈적으로 많이 부족했는데, 올해 4월 홍성택 교수님을 만나 많이 좋아졌다. 기술적으로도 작년부터 한승철 선생님의 지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리고 새 후원사인 삼천리도 아주 고맙다. 이만득 회장님 등 임직원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시고, 지유진 감독은 대회장마다 따라다니며 조언을 준다. 삼천리 소속 선수들도 가족 같은 분위기라 아주 좋다. 오늘도 (김)해림이 언니, (홍)란이 언니가 집에 가던 중에 차를 돌려 제 우승을 축하하러 와주셨다”라며 주위 분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를 표했다. 대개의 종교는 ‘과한 욕심’을 경계한다. 특히 블교가 그렇다. “제 종교가 불교인데요, 요즘은 불경을 들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웃음).” 박채윤의 이날 우승과 인터뷰는 마침 한편의 설법(개신교의 설교, 카톨릭의 강론)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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