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방사능 전수조사, 국내 수입물량 99.9% 일본산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 정부가 일본을 수출우대국가 명단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보류하는 등 확전을 자제하면서도 한쪽으로 일본산 석탄재에 대한 방사능 및 중금속 검사를 대폭 강화하는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국내 석탄재 수입량 126만8000톤(t)의 99.9%인 1182만6000t이 일본산으로 관련 일본기업에 치명적인 카드인 셈이다.
앞으로 일본의 대응에 따라 맞대응 수위를 조절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본에 즉각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를 쓰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일본이 오는 28일부터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형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맞대응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오는 28일부터 일본 기업 등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규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경우, 일반포괄허가 대신 개별허가를 받아야하는 등 수출 절차가 한층 까다롭게 된다. 또 비규제(일반) 품목의 경우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는 별도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 우대국인 ‘가’ 지역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마무리한 상태다.
현재 ‘가’와 ‘나’ 지역으로 분류된 전략물자 수출 지역에 ‘다’ 지역을 새로 만들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미국·영국·독일 등 28개국과 ‘가’ 지역에 포함돼 있다. 일본을 ‘다’ 지역으로 분류해 수출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15일에서 최장 90일로 연장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일본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만한 품목이 사실상 없어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따라서 정부가 실제 공격 효과가 불분명한 전략물자 우대국 배제보다 실질적인 타격용 카드로 검토하는 게 관광, 식품, 폐기물 안전 조치다.
양국 간 비자 제한 조치 같은 ‘관광 전면전’보다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를 겨냥한 ‘한정된 국지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지자체들이 한국 관광 의존도가 기형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역구이자 정치적 고향인 시모노세키의 간몬항도 외국인 중 한국인 비중이 98%에 달하며 기타큐슈(한국인 비중 91%) 오이타(88%) 오사카(80%) 등지도 입국 외국인 중 한국인 비중이 80%를 웃도는 곳이다.
외교부가 나서 여행경보를 자제(2단계)나 철수권고(3단계)까지 1~2단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여행경보는 ▷유의 ▷자제 ▷철수권고 ▷여행금지 등 4단계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이내는 철수권고 지역인데, 이를 확대하는 조치다. 철수권고에 해당되면 현지 공관들까지 국내로 돌아와야 하며 여행 역시 사실상 금지된다.
여행금지 명령에 앞서 단계적으로 여행 위험을 경고함으로써 여행 수요를 감소시키는 방법도 있다. 입국세·출국세 등을 조절하는 안도 나온다.
정부가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대한 안전 조치는 식품과 폐기물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검역·통관 절차 강화는 사실상 일본의 후쿠시마 방사능 피해를 재조명하는 전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본산 수입 식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현재 마련 중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농수산식품 대일 수입은 3억7523만달러, 수출은 10억4721만달러다. 현재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본 석탄재 폐기물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은 일본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된 폐기물인 석탄재를 수입해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한다.
환경부는 연간 400건에 이르는 수입 폐기물에 대해 직접 방사선량 간이측정과 시료 채취, 중금속 성분 검사 등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