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계 잣대 적용해 실사…5000억원 규모 자본잠식 평가
채권단이 지난7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동부제철의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는 모습이다. 동부제철의 존속가치가 높은 만큼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면 경영 정상화 후 이를 매각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삼일회계법인에 의뢰한 실사 결과 6월말 기준 동부제철은 약 5000억 원 규모의 자본잠식 상황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동부제철이 삼정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아 공시한 반기 재무제표 상에는 순자본이 1조1963억 원으로 자본금(3711억 원)보다 훨씬 많다. 실사 결과가 맞다면 동부제철과 삼정회계법인이 분식회계를 한 셈이지만 분식회계는 아니다.
채권단 실사 결과가 달랐던 까닭은 다른 회계 잣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보통 기업회계에서 부동산 등 유형자산은 감정가 또는 장부가로 평가한다. 하지만 채권단 실사에서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당장 회사 자산을 경매 등으로 헐값에 넘기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결과다. 그 차이는 엄청나다. 동부제철 반기 재무제표에 반영된 토지의 장부가는 1조1571억 원인데, 공시지가로는 6454억 원이 된다. 여기서만 5000억원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처럼 엄격한 채권단 실사에서도 동부제철의 존속가치는 청산가치보다 6000억 원이나 많은 2조4000억 원에 달했다.
채권단 자율협약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채권단이 공동관리로 돕는 제도다.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권은 건드리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자본잠식이 되면 자본잠식 해소라는 명분 아래 채권단의 출자 전환이 가능하고, 이에 앞서 최대주주 등 기존 주주의 주식을 감자할 수 있다. 한마디로 채권단이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할 명분이 바로 자본잠식이다.
실사 결과 동부제철을 존속시킬 경우 채권단의 채권회수율은 97%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출자 전환으로 경영권만 확보한다면 동부제철 자율협약은 채권단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 줄수 있다.
홍길용ㆍ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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