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와 부품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주요 소재·부품이 추가로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스마트폰 주요 부품의 경우 국내 비축 물량이 3~5개월 수준인 것으로 전해져, 이르면 올 4분기부터 제조사들의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스마트폰 필수 소재·부품 중 ▷스마트폰 카메라용 차광필름(스페이서) ▷스마트폰 렌즈용 수지 ▷전자 방해 잡음(EMI) 전자파 차폐 테이프 ▷카메라 이미지센서 ▷인화인듐주석산화물(IT) 필름 ▷듀플렉서 및 표면 탄성파(SAW)필터 등의 소재가 추가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스페이서와 렌즈용 수지, ITO필름은 일본 업체가 사실상 독점 제공하고 있어 국내 업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페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간 공백을 메우는 카메라 모듈 필수 부품으로 일본 기모토 기업이 국내 제조사에 독점 제공한다.
렌즈 원재료인 렌즈용 수지도 미쓰이화학, 톄이진 등 일본 기업이 90% 공급처다. ITO 필름은 전기가 통하는 필름으로 정전류를 감지하는데 필요한 소재다. 이 역시 일본이 독점 공급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이미지 센서도 소니의 점유율이 50%로 일본의 의존도가 높은 소재다.
스마트폰의 안테나 송수신 주파수를 걸려주는 SAW 필터는 일본의 무라타, TDK가 국내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소재는 제조사들의 핵심 먹거리인 프리미엄급 플래그십 모델에 주요 활용된다.
스마트폰 전자회로기판(PCB) 소재로 사용되는 EMI 전자파 차폐 테이프는 테사 등 독일 기업의 대체품이 있지만 품질 면에서는 일본 기업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앞서 폴더블 디스플레이 소재인 ‘폴리이미드’가 수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데 이어 추가 소재·부품까지 규제가 확대될 경우 새 먹거리로 겨냥한 폴더블폰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7분기 연속 스마트폰 사업 적자늪에 빠진 LG전자도 실적 개선이 더욱 험난해 졌다.
이에 따라 하반기 스마트폰 실적 개선이 절실해진 삼성전자, LG전자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내부 회의를 열고 상황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LG전자도 전자 차원에서 일본 소재 사용 현황을 파악 공급책 다변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간다는 방침이다.
소재 수출 규제 강화로 자칫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도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거래처와 핫라인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상황을 예의주시, 실시간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용 카메라와 스마트폰 하드웨어 부품에 일본 점유율이 높은 품목이 많아 하드웨어 제품 생산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을 활용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위축되는 효과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애플은 메모리, 모바일 올레드 패널 등의 주요 부품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에서 공급받고 있다.
MS, 아마존, 구글 등도 클라우드 서버 사업에 필요한 반도체를 SK하이닉스 등에서 공급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CT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의 생산 차질은 글로벌 서플라인 체인 전방위로 확산돼 결국 일본 기업으로도 피해가 미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박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