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주말마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검단산으로 등산을 다니는 주부 한모(51ㆍ여) 씨는 최근 산에서 도토리를 줍던 여성 등산객과 얼굴을 붉힌 적이 있다. 이 등산객이 커다란 등산용 배낭에 도토리를 한 가득 담는 것을 보고 “그렇게 담으면 산짐승들이 먹을 게 없어지지 않냐”고 말했다가 도리어 “여기에 줍지 말라는 말도 없고 그런 얘기 들어본 적도 없다”며 핀잔을 들은 것이다. 한 씨는 “아무리 가져가면 안된다는 말이 없다지만, 그렇게 잔뜩 주워담는 건 짐승들더러 굶어 죽으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황당해했다.
가을철만 되면 산에서 도토리와 머루, 오미자 등 야생열매를 줍는 등산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부분 재미삼아 한 두개 씩 주워오는 수준에 그치지만, 일부 등산객들과 전문 채취꾼들의 경우에는 나무를 흔들거나 도구 등을 사용해 적잖은 양을 담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다.
국립공원에서는 자연공원법에 의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국립공원 측 관계자는 “국립공원에서 야생열매를 따다 적발되면 1차 적발시 10만원, 2차 적발시 20만원, 3차 적발시 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과 더불어 일반 산에서도 굴취 및 채취는 금지돼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야생화부터 시작해서 나뭇가지 꺾는것도 굴취ㆍ채취에 포함된다”며 “국유림이든 사유림이든 관계없이 나무를 흔들어 도토리를 따거나 하는 행위는 과태료 대상”이라고 말했다.
어떤 것을 채취하느냐에 따라 10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미 떨어진 것을 줍는 것은 굴취ㆍ채취 위반은 아니지만 재산권 침해가 될 수는 있다.
문제는 국립공원이 아닌 일반 산에서 굴취ㆍ채취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같은 행위가 과태료 대상이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하남시의 한 관계자는 “도토리같은 야생열매 채취 금지 등이 별도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계도를 하고는 있지만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같은 야생열매 채집 및 채취 행위는 다람쥐와 노루, 반달곰 등 야생동물들의 먹이 부족으로 이어져 동물 생태계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국립공원 생태복원부 관계자는 “야생열매가 다람쥐는 물론 고라니, 너구리 등 야생동물의 먹이 자원이라 과도하게 채취할 시 그 지역 동물들의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먹이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다 로드킬을 당하는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채취를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