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추경예산안 39억원 편성, 현실과 동떨어진 해법 비판 잇따라 - 서울의료원 “제대로 할 것”…시, “강북 지역 균형 발전 측면도 고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공공난임센터에 39억이라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 인가요?”
최근 서울시 온라인 시민참여 플랫폼 ‘민주주의서울’(https://democracy.seoul.go.kr)에 한 시민이 올린 서울의료원 공공난임센터 신설 반대 청원 글 중 일부다. 지난 29일 새벽에 올라온 이 글은 31일 현재 645명으로부터 공감을 받았다. 시는 시민 제안 건에 500명 이상이 공감하면 온라인 공론장을 열어 공론화하고, 5000명 이상이 공감하면 시장이 답변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시는 지난 23일 2조8000억원 규모의 상반기 추경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서울의료원 공공난임센터 신설 등에 39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난임센터 신설은 박원순 시장이 민주주의서울에서 직접 답변한 1호 안건(‘보건소에서 난임관련 주사를 맞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에 대해 시가 마련한 해결 방안 중 하나다. 박 시장은 올 3월 민주주의서울이 오프라인 행사로 이어진 시민간담회에 참석해 난임 부부들의 고충을 들은 뒤 난임정책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난임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날 김민기 서울의료원장도 배석해 난임센터 준비와 관련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난임센터 반대 청원자와 이 글에 공감을 표시한 댓글 대부분은 난임병원이 문제가 아니라 양질의 난임시술을 받기 위해 드는 경제적 비용 부담을 호소한다.
청원자는 “난임부부들은 최고의 명의ㆍ최고의 기술을 가진 병원을 찾아 최대한 빨리 아이를 만나고 싶어하는데, 이제 막 시작단계인 공공난임센터에 가서 마루타 시술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수요조사는 하고 진행하는지 의심스럽고, 난임정책협의체 시민자문단에게 의견만 물어봤어도 이런 식의 예산이 낭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수요자가 공공난임센터를 이용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겠냐는 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만혼과 초산 연령 증가 추세에서 미뤄 짐작해볼 수 있듯 대부분 난임부부는 한 시가 급하다. 과배란 촉진주사를 맞은 뒤 휴지기(2~3개월)를 고려하면 시험관 시술은 1년에 고작 3~4회 가능하다. 2017년 10월부터 난임시술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긴 하지만, 가장 성공률이 높은 신선배아 체외수정 횟수는 4회로 제한된다. 비급여 부분과 값 비싼 주사 약값 등 회당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과거 건강보험 적용 전 회당 400만원 가량 수준에서 크게 낮아지긴 했지만, 착상 실패와 높은 계류 유산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건강보험 적용 횟수(4회)를 소진하기 쉽고, 이후 아이를 갖는데만 드는 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난다.
이런 애로사항을 ‘공공난임센터’ 설립으로 풀려는 건 현실성 떨어지는 해법이며, ‘전시성’ 행정이란 지적이다.
서울의료원이 2011년에 불임센터를 열었다가 1년 반만에 전문인력 확보 어려움 등을 이유로 문 닫은 전례가 있어, 사업 지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서울의료원 측은 강남미즈메디, 제일병원의 폐원 뒤 2곳에서 근무한 경험 많은 난임 시술 관련 인력들을 충원 중이라고 밝혔다. 표창해 서울의료원 의무부원장은 “난임 전문의 3명, 외래 간호사 7명, 연구원 6명을 이미 뽑았고, 연구원 3명을 추가로 충원할 예정”이라며 “어설프게 시작하지 않는다.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시술을 펼쳐 성공모델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표 부원장은 또 “마리아, 차병원의 과점 구조인 민간의 부작용(비용 상승) 때문에라도 공공난임진료도 필요하다”며 “외래 진료를 7월 중순부터 시작하고, 빠르면 올 11월부터 시술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달 서울시의회에서 관련 추경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하면 서울의료원 시설 리모델링과 장비 구입에 34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나백주 시 시민건강국장은 “서울의료원(중랑구 신내동 소재)은 주거 밀집지인 강북의 난임부부들이 접근하기 쉬워, 공공난임센터 신설 예산은 강북 지역 균형발전이란 측면도 있다”며 “난임 지원 정책 TF를 통해 난소ㆍ정자기능 무료 검사 등 비용 부담을 더는 정책을 지속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sh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