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려고 왔는데 텐트 치나마나” 공원 “잔디훼손·불법취사 심각
서울시가 정한 한강공원 텐트 단속 규정이 일부 텐트족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텐트의 2개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놔야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단속 후 첫 주말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개인 텐트조차 맘대로 못치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한강 공원은 기본적으로 ‘그늘막 텐트’를 제외하면 텐트 설치가 불가한 구역이다. 나들이객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와 잔디 훼손 등의 문제로 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어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 관리 측의 입장이다.
단속 이후 첫 주말인 27일 서울 뚝섬한강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 대부분은 관련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텐트 4개면을 닫아놓은 상태였다. 서울시는 지난 22일부터 한강공원에서 텐트 4개면을 모두 닫을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내도록 방침을 정하고 단속을 강화했다. 텐트의 문을 열어둘 경우 이를 텐트가 아닌 그늘막으로 간주해 과태료를 물리지 않을 예정이지만, 텐트 문을 모두 닫아둘 경우에는 한강공원 내 텐트설치 금지 규칙에 따라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늘막이 아닌 일반텐트의 경우엔 4면 가운데 2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놔야한다. 한강공원 텐트 설치는 기본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그늘 피할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요구로 2013년 4월 ‘그늘막’ 텐트만 일부구역에 설치하도록 허용했다.
서울시 방침에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항의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들이객 이모(31) 씨는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편히 쉬기 어려워서 텐트를 치는 건데 문을 두개 이상 열어놓으라니 황당하다”며 “편하게 누워있고 싶은데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니 텐트를 치나마나”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연인과 주말 나들이에 나선 시민 정모(28) 씨는 “그늘막텐트 허용 구역에 설치하면 끝인줄 알았는데, 두개면 이상을 열어놔야 하는 줄은 몰랐다”며 “강가라서 바람도 많이 불어 문을 열어놓으려니 쌀쌀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대다수 시민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자 단속인력은 텐트 설치가 불가한 구역에 쳐진 텐트부터 적발에 나섰다. 이날 단속에 나선 뚝섬한강공원 안내센터에서는 “텐트 문을 닫아두면 그 안에서 야영과 취사 등 금지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며 “텐트 안에서 음란 행위 등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프라이버시 문제로 그 부분까지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강에 텐트 좀 편하게 쳐놓고 쉴 수 없겠냐는 시민들의 요구에 관리를 담당하는 측도 할말은 있었다. 이미 공원 측이 제공하는 편의가 상당하고 텐트 설치로 인한 잔디훼손과 불법 취사행위로 발생하는 쓰레기로 인해 공원 훼손도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뚝섬 한강공원 관계자는 “(텐트 설치로 인해) 공원 동측 잔디가 훼손됐다. 일부러 한강 풍경이 더 잘 보이고 잔디도 덜 훼손된 구역으로 텐트 허용 구역을 설정하는 등 시민편의를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텐트 설치 시간이 오후 9시까지에서 오후 7시까지로 당겨졌는데, 업체들이 오후 7시가 지난 시간까지 대여에 나서고 있다. 바뀐 방침을 모르는 시민들에게 고지해줘도 모자랄 판에 불법을 방조한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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