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사회부장]지난달 27일 불광역 근처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 교육실 202호. 폭력예방 전문강사 통합교육을 받으러 강의장에 들어서니 온통 여성 분들이다. 40여명이 ‘모둠 테이블’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앉아있는데, 여인 천하다. 좀, 당황스럽기는 하다. 교실을 둘러보니 남성은 딱 1명 뿐이다. 폭력예방 교육과 강사에 관심이 있어 교육장을 찾았지만, 40여명 중 나를 합쳐 남성이 2명인 것을 확인하니 쑥스럽기도 하다. 대학 다닐때 교양강좌로 미술 강의를 들었는데, 여학생 틈에 혼자서 강의를 들으며 ‘청일점’이라고 놀림을 받던 그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들 여성들은 여성가족부가 지원하고, 양평원이 키우는 폭력예방 전문 강사들이다. 40~50대인 이 여성들은 대부분 각종 폭력 예방 및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다. 폭력 현장에서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는데 고심한 이들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폭력예방 통합교육을 받은 것은 한 이유에서다. 교육을 수료하면 이들은 폭력예방 전문강사 타이틀을 얻는다. 이들은 향후 공공기관 등의 폭력예방 의무교육에 강사로 투입된다.
여성발전기본법 제25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성폭력ㆍ가정폭력ㆍ성매매 범죄의 예방을 위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법에 의해 성희롱은 공공기관 1만6700여곳이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공공기관 및 어린이집, 유치원 6만6000곳이 의무 교육 대상이다. 이 의무 교육은 지난해 6월 법제화됐고, 올해부터는 그 시행여부가 점검대상이다.
여성가족부나 양평원이 수만개 되는 기관을 찾아다니며 관련 교육을 하기엔 버거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강사를 키움으로써 그 교육을 커버하고, 양질의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현장의 지킴이로서 활동했던 예비 강사들의 눈은 날카로웠다. 교육 내내 질문이 이어졌다. 어떻게 하면 양질의 강의가 될 것인가, 어떻게 하면 폭력예방 교육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가 하는 토론도 진행됐다.
전미현 양평원 폭력예방센터 센터장은 “폭력예방 교육은 역량있는 전문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성폭력 등 다양한 폭력은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그것의 폭력성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양평원은 9~11월 국가기관, 지자체, 공직유관단체,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폭력예방 교육을 130회 시범 운영키로 했다. 강의는 물론 양평원이 배출한 전문강사가 맡는다.
하지만 양평원의 고민은 크다. 양평원 관계자에 따르면, 폭력예방 공문을 전국적으로 보냈더니 문의가 폭주하고 있단다. 특히 자체 여력이 없는 지방 중소기업의 호응이 큰데, 이를 다 교육으로 커버하기엔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등 세상에 대형사건이 잇따르다보니 잠시 잠복해 있지만, 성폭력 등의 근절은 우리 시대의 최고의 과제다. 현직 지검장의 공연음란 행위와 그 여파를 볼때도 우리 사회의 비뚫어진 성의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4시간의 폭력예방 수강을 끝낸후 불광역으로 걸어 내려가는 동안 뿌듯함이 느껴졌다.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이 좀더 많이 이런 강사 교육을 받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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