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고성 산불’ 이후 선거 있는 짝수해 주로 발생 -이번 산불로 징크스 깨질듯…“매년 대형 산불 잇달아”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4일 오후 발생한 강원도 산불은 밤 사이 초속 20~30m의 강풍을 타고 번져 인제, 고성, 속초, 강릉, 동해 등 동해안 지역 상당수를 집어삼켰다. 5일 오전 9시 현재 산림 피해 적은 고성 산불 250㏊, 강릉 산불 110㏊, 인제 산불 25㏊ 등 38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축구장 면적(7140㎡)의 539배에 달하고, 여의도 면적(290㏊)보다도 넓다. 인명피해는 1명 사망ㆍ11명 부상, 대피 인원은 4230여 명으로 파악됐다. 특히 고성ㆍ속초 산불로 주택, 창고 등 200여 채가, 강릉 산불로 주택 등 110여 채가 소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역대급 산불’은 강원 동해안에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강원도 산불은 예년과 ‘양상’이 다르다.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다는 ‘동해안 산불 징크스’가 깨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2019년이고, 이렇다 할 대형 선거도 없는 해다. 지난 3일 선거는 전국적 규모가 아닌 경남 두 지역구(창원성산, 통영ㆍ고성)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였다.

당장 지난해에도 2월과 3월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이었던 11일 발생 사흘 밤낮 동안 축구장 164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원 삼척 산불이 있었고, 3월 28일에는 올해 강원도 산불이 일어났던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동해안 산불 징크스가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한 시점은 1996년 고성 산불이다. 같은 해 4월에는 제15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당시 4월 23일 발생한 산불은 사흘 만에 진화했지만, 산림 3762㏊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16개 마을에서 주택 227개가 불에 타 200여 명의 주민이 집을 잃었다.

제2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있던 1998년 3월에도 어김 없이 산불이 발생했다. 강릉 사천면 덕실리에서 난 불은 350㏊를 태우고, 60여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제16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2000년 4월에도 고성에서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138㏊가 초토화됐다. 여의도(290㏊)의 79.8배나 되는 산림이 불에 탄 초대형 산불이었다. 속초 청대산(180㏊)과 강릉 옥계(430㏊) 산불이 난 2004년에는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1996년부터 2004년 사이 강원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림만도 2만7860㏊로 여의도의 96배나 됐다.

역시 동해안 산불 징크스의 예외였던 2005년 강원 양양 낙산사 화재 이후 지난해 산불이 나기 전까지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대형 산불이 나지 않았다.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동해안 산불 징크스에 대해 대부분 지역 주민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지역의 관심이 온통 선거에 쏠리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번 강원도 산불로 ‘선거ㆍ짝수 해 징크스’가 주민들 사이에서도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림당국 관계자도 “매년 봄철 동해안에는 고온ㆍ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날씨의 영향으로 대형 산불이 많이 발생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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