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허가 성분 혼입 밝혀낸 ‘STR’ 식약처, 주기적 검사 의무화 추진 성분 정제과정·이물질 혼입 여부 바이오기업 스스로 수시 체크도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세계 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미국 FDA 임상 막판 3상 시료사용 승인을 받고 국내 환자에 대한 투약을 앞둔 지난해 7월, “우리의 목표는 인보사가 글로벌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는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9개월 후, 허가받은 성분 이외의 물질이 혼입된 것으로 밝혀진 지난 1일, “인보사에 대해 환자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셨음을 잘 알고 있기에 정말 면목이 없다”면서 “(연골세포와 별도로 신장세포가 혼입하게 된) 사실을 오랜기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스스로도 참담한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게임체인저’의 강한 포부가 “참담”으로 표현되고 급기야 “환자분들과 바이오산업과 관련해 고군분투 하시는 정부, 학계, 기업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다”는 사죄로 이어졌다.
3000명 안팎의 투약 환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품목 및 임상 허가를 내 준 한국과 미국 등의 감독기관은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상 압수수색하듯 깨알 검증을 할수 없는 상황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인보사의 3상 임상결과를 실어, 한국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 ‘Human Gene therapy Clinical Development’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뢰회복 차원에서 감독기관인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투약환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 조사에 착수했다. 1000개에 육박하는 국내 병원, 의원에 공급됐고, 시판 전 145명 대상 임상시험이 이뤄졌고, 시판 후 3403건이 투여됐다.
안전성, 유효성과 관련, 식약처는 “허가 당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이사항이 없었고 제조과정에서 해당 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해 체내에서 잔존하지 않도록 안전성도 확보했다”고 밝혔고,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국내에서 임상 등 개발 단계부터 현재까지 물질을 변경한 적이 없고, 문제된 세포는 투여 2주가 지나면 체내에서 사멸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작용 등이 발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바로 가나 모로 가나 서울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의약품 개발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즉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더라도, 가기로 했던 길을 가지 못한 ‘과정상의 신뢰’에는 오점을 남기게 된 것이다.
대안으로는 최신 ‘친자확인’ 분석법이라 할 수 있는, 단기염기서열반복(STR)분석을 주기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이다. STR은 코오롱측이 이번에 스스로 실책을 10여년 만에야 찾아냈던 분석법이기도 하다. 과거 분석설비는 능력면에서 떨어져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케미컬의약품은 감독기관의 첨단 설비와 최고의 연구진들이 서류와 성분 간의 차이점을 정밀하게 찾아낼 수 있지만, 이번 처럼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한계가 있으므로, 연구개발의 주체인 바이오기업 스스로, 일정한 시기에 주기적으로 STR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STR을 제때 제대로 해서 성분의 일치성을 자체 점검했는지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의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효능과 부작용 확인에 집중된 현행 단계별 임상과정의 의무사항으로 ▷성분의 정제과정이 합당한지 ▷다른 물질의 혼입은 없는지, 확인토록 하고 ▷촉매-매개적 기능만을 잠시 수행하는 물질이라도 반드시 기록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결과가 같아도 과정의 신뢰를 잃을 경우,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약품이다.
이번 일로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의 20여개국 시장 정복의 속도는 더뎌지게 됐고, 나아가 한국 제약 바이오 산업에 대한 지구촌의 기대감과 신뢰도에 오점이 남을 수도 있다.
신약의 빠른 허가 등 규제 완화와 ‘사람을 살리는 약’ 이라는 신뢰 확보는 다른 차원의 가치이고, 개발자는 짚어야 할 것은 꼭 짚는 꼼꼼함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보사 파동’은 잘 말해준다.
음지에서 땀 흘리는 연구개발자 스스로, 불의의 변수가 등장하는 바람에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철저한 자체 검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함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