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대표소송·전자투표 우선 처리, 이후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 추진 -재계 “지주사 체제에 일방적으로 불리, 아직 공감대 형성 안 됐다” 반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법무부가 상반기 중 상법을 개정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 4대 쟁점을 일괄 처리한다는 기존 입장을 수정, 다중대표소송과 전자투표만을 우선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내 상법 개정을 추진하며 이같은 방침을 세웠다. 상법 개정안을 놓고 ▷다중대표소송 도입 ▷전자투표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4개 쟁점에 대해 재계와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자 ‘투트랙 전략’을 세운 셈이다.법무부 관계자는 “한 번에 다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간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라며 “재계와 합의 가능성이 높은 두 가지 사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이르면 상반기 중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추진안대로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내는 게 가능해진다. 기존에 이사회 결의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전자투표 역시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혹은 일정 주주수) 이상 상장회사에 의무화된다.

재계는 법무부가 우선 처리 과제로 꼽은 두 가지 쟁점이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권 위협’ 등 기업 입장의 우려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본다. 하지만 기존에 정부가 추진해온 ‘지주사 정책의 일관성’과 ‘전자투표의 실효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의 경우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부가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추진해온 ‘지주사 체제 전환’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다중대표제가 도입되면 일반 기업보다 지주사 제체로 전환한 기업에 부담이 가중된다”며 “과거 정부부터 투명성을 강조하며 지주사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데 인센티브가 아니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상법 개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집중투표제에 비해 우선 처리 사안이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덜한 것은 맞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봐서 현재 법무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 재계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하기 어렵고, 재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절충안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