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통상임금 신의칙 심포지엄’ 향후 1년간 임금 2.0~9.1% 상승 예상 車업계 2만3000여명 고용 감소 전망도 “신의칙 판결에 미래 경영사정 담겨야”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두고 경영계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인건비 부담이 고용과 투자, 수출 감소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됐다. 법률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운 기업 경영의 특성상 재판부가 근로자에 대한 보호만을 강조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19일 열린 ‘최근 통상임금 신의칙 판결 심포지엄’에서 김강식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노동비용이 1% 증가하면 일자리는 0.24~0.27% 감소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고정상여금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포함되면 기업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은 최소 14조6000억원에서 최대 38조550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추가비용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직접 노동비용(초과급여, 연차수당, 변동상여금)과 간접 노동비용(퇴직급여 충당금, 사회보험료)을 합산한 숫자다. 판결 이후 매년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 8조8663억원은 3만3000~9만6000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으로 추정됐다.
김 교수는 “인건비 부담은 고용률을 1%포인트 하락시킬 것”이라며 “고용을 줄이고 자본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확산하면 일자리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용 감소는 수출주도성장을 지속한 기반산업에서 두드러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철강ㆍ조선, 전자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력이 큰 핵심사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통한 임금 상승률은 2.0~9.1%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는 수출금액과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김 교수는 연간 2490만~9790만 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와 498만~1만9580만 달러의 수출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임금 소송 과정에서 신의칙(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지 않은 기아자동차의 손실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 소급분 9979억원을 충당금으로 계상한 기아차의 2017년 영업이익은 전년(2조4615억원) 대비 73.1% 감소한 6622억원이었다.
지난 2017년 8월 1심 판결 이후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 등 연장근로가 중단되면서 같은 해 4분기 기아차의 생산량은 전년 대비 7만대가 줄었다. 2018년엔 전년 대비 7만6000대가 줄어든 121만1905대가 생산됐다. 이에 따른 지난해 수출 피해는 약 1조4000억원, 영업 손실은 약 603억원으로 집계됐다.
김 교수는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자동차산업의 임금 부담이 가장 크다“며 ”대법원 판결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향후 2만3000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동차산업은 2016년 기준 국내 총 제조업 부가가치의 11.2%, 고용 창출의 12.0%를 차지하는 가장 큰 산업이다. 친환경 차량의 시장 선점 실패와 기술 경쟁력 약화로 침체는 진행형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장기적으로 국가적인 경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임금과 관련해 신의칙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의 판단 기준이 폭넓게 설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비용의 상승은 잔업 폐지와 가동률 감소, 더 나아가 자동화로 귀결된다”며 “(고용 불안으로) 근로자가 강한 노조를 찾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글로벌 경쟁 속에서 투자에 기초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최저임금으로 생산 경쟁력이 약화하면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미래의 경영전망부터 장기적인 투자 규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의칙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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