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심사’ 유럽 경쟁당국 의중은

“소비자들에 이익기여 엄격 심사 합병해야 생존 가능 증거내놔야” 현대重에 되레 설득 실마리 제시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가운데)이 15일(현지시각) 베를린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가운데)이 15일(현지시각) 베를린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ㆍ합병(M&A) 심사를 맡게 될 유럽 경쟁당국 관계자들은 “시장경제에서 합병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문트 독일 연방카르텔청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각) 베를린 시내에서 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방향을 묻는 질문에 “침체ㆍ불황에 빠진 기업이 회생을 위해 합병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가정을 전제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도산 위험까지 처한 기업이 합병을 통해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경쟁성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선 이를 불황 탈피를 위한 ‘구조조정 합병’이라고 일컫는다”며 “일반 기업결합 심사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의 핵심 관계자도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기업 서바이브(생존)을 위한 툴박스(잣대)가 따로 있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합병하지 않았을 경우 한 회사가 부도나고, 그 결과 소비자에게 큰 타격을 주는지 살펴본다”며 “회사가 직접 합병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측이 제시한 증거를 매우 엄격하게 본다”고 단서를 달았다.

생존을 위한 합병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중공업 측이 유럽 경쟁당국을 설득할 실마리가 제시된 셈이다.

합병을 하지 못할 경우 회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고, 결국 유럽 선주들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기는 등 2년 연속으로 흑자를 내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산업은행 관리 아래 13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현대중공업이 인수를 결정한 배경도 3강 체제 존속으로는 조선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EU 핵심 관계자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 방향을 묻는 질문에 “소비자 관점에서 합병 허가ㆍ불허 경우를 비교한 후 더 나은 케이스를 택한다”며 “소비자 영향과 경쟁 유지 여부,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소비자’에는 1차적으로 배를 구입하는 선주가 포함된다.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130일 이상도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관한 본계약을 체결한 현대중공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EU와 중국, 일본 등 전세계 30여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유럽 각국에는 주요 선주들의 본거지가 있는 만큼 EU 경쟁당국의 결합 심사는 합병 성사를 가를 핵심 관문으로 꼽힌다. 세계 1, 2위 조선사 간 합병인 만큼 유럽 경쟁당국이 경쟁 문제, 선주들의 이해관계, 독과점 문제 등을 엄격히 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